재계 31위(자산기준)인 웅진그룹이 지난 26일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건설 자회사 극동건설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과 관련, 이미 법정관리 신청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사전에 준비작업을 거쳤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윤석금 회장이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권 유지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극동건설 모회사인 웅진홀딩스는 지난 26일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 "극동건설에 자금을 지원할지를 두고 극동건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회의를 했으나 자금지원이 무산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27일 "윤석금 회장이 지난 25일 팀장급 직원들에게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얘기했었다"고 말했다. 웅진 측이 신한은행과 협의를 하기 전에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는 얘기다.

웅진홀딩스는 또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공시를 내면서 동시에 윤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웅진홀딩스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시장에서는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1조2000억원이 유입되어도 웅진그룹이 자금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되면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사실상 그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윤 회장 입장에서 보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극동건설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에너지나 태양광산업이 남는데 이들 산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차라리 법정관리에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극동빌딩 전경.

일각에서는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고 했던 웅진코웨이를 보유하기 위해 매각 대금 납입 시점인 10월 2일 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웅진코웨이 매각이 자동 무산되는데, 웅진그룹이 그룹의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를 갖고 가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매각 무산은 법정관리 신청의 결과일 뿐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웅진코웨이를 가져가기 위해 매각 대금 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것은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웅진 측 임직원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윤 회장의 부인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24일과 25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웅진씽크빅##주식 4만4781주를 모두 매각했다. 웅진씽크빅은 24일 8850원, 25일 8960원을 기록했으나 모회사인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설이 돌면서 26일에 7760원으로 장을 마쳤고 27일엔 장 시작과 함께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웅진 측은 "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한 것은 극히 최근이고 윤 회장 부인은 정보를 알고 매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