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아이폰5 공개를 앞둔 애플이 중국시장에서 짝퉁 아이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고성장을 이룬 산자이(山寨, 짝퉁)폰의 기승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애플은 자사 전체 매출의 53%가 아이폰에서 나왔을 만큼 아이폰 의존도가 높다. 아이폰이 얼마나 잘 팔리냐에 따라 애플의 실적이 좌우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애플 입장에선 조만간 선보일 아이폰5의 중국시장 성공 여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소비국이자, 여전히 애플의 미개척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짝퉁제품 제조국이다. 실제 유튜브(YouTube) 등 동영상 제공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아이폰5의 영상 대다수가 유출된 부품과 세간의 추측을 토대로 중국 현지 업체들이 만든 ‘짝퉁’ 아이폰 영상이다.

◆ 중국에 이미 뿌리내린 짝퉁 아이폰시장

사실 산자이 천국인 중국에선 이미 예전부터 가짜 아이폰이 등장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중국은 발 빠르게 이와 유사한 복제품을 출시해 아이폰 인기에 편승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엔 ‘하이폰(HiPhone)5’라는 이름의 짝퉁 아이폰5가 중국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www.taobaocom)에서 약 200위안(3만원)에 팔렸다. 배터리가 피처폰과 같이 분리형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품과 매우 유사하다.

얼마 전 ‘구폰(Goophone)i5’란 이름으로 출시된 짝퉁 아이폰은 좀 더 정교하다.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이 기기는 뒷면에 애플의 사과 로고 대신 안드로이드의 허니콤 로고를 입혔다는 점을 빼면 애플의 아이폰4와 거의 유사해 언뜻 봐선 구분이 힘들다.

심지어 이 가짜 아이폰을 만든 중국의 제조업체는 구폰i5의 디자인 특허를 중국 특허청에 이미 등록했으며 애플이 유사한 기기를 중국에서 판매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좌측은 하이폰(HiPhone)5, 우측은 구폰(Goophone)i5

◆ "중국에선 어머니와 조국을 빼곤 다 가짜"

중국의 산자이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자이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를 방치하는 중국정부의 안일함 때문에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모방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베낀 ‘월화수’가 판매되는가 하면 5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를 그대로 베낀 자동차가 7600만원에 버젓이 팔렸다.

특히 일반 소비재 이외에 문화까지 그대로 베끼기도 한다. 중국의 9인조 걸그룹인 ‘아이돌걸스’는 한국의 인기그룹 ‘소녀시대’와 멤버 수뿐만 아니라 옷차림까지 똑같다.

지난 6월 중국 광둥성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스트리아 할쉬타트를 통째로 모방한 짝퉁 마을이 등장하기도 했다.

◆ 산자이폰, 무시하면 큰코다쳐

지난달 30일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IHS 아이서플라이(iSuppli)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플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7.5%로 7위에 그쳤다.

중국시장에서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애플의 정책 때문에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품을 위협하는 중국산 산자이폰의 추격도 한 몫을 담당했다.

실제로 중국산 짝퉁 아이폰은 제품의 모양과 재질 면에서 정품과 거의 동일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복제도 탁월한 수준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을 이용해 주요 UI 환경을 아이폰과 유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동작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

중국 휴대폰 시장의 규모는 연간 2억대 이상이지만 이 중 산자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를 내는 것 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역시 지난달 28일 보도에서 애플과 구글 진영이 마지막으로 무너뜨려야 할 상대는 중국산 산자이폰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