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카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경우 카드대금을 5000만원까지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수고객에게 특별히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별도의 요금이 부가되지 않습니다. (작고 빠른 목소리로)다만 결제금액의 일부가 수수료로 부가됩니다."(ㅇㅇ카드사 텔레마케팅 상담원)

주부 김씨는 최근 몇 개월간 사용한 신용카드 청구서를 살펴보다가 '크레딧'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매월 일정치 않은 요금이 나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카드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네'라고 응답해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채무면제·유예서비스'에 가입한 것이다. 이처럼 카드사가 전화로 유치하는 보험성격의 유료 부가서비스에 대한 카드고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채무면제·유예서비스(DCDS·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란 사망, 중대질병, 장기입원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사에 결제할 총 채무액(최고 5000만원)을 면제해주고 단기입원, 실업 등의 경우 카드대금청구를 최장 12개월 무이자로 유예해주는 서비스다. 불의의 사고가 나서 카드로 구매한 상품 및 서비스 지불 등 신용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단 매월 카드결제금액(일시불, 할부 등)의 약 0.5%가 수수료로 부과된다.

롯데카드는 크레딧 커버 서비스, 비씨카드는 비씨 크레딧 세이프, 현대카드는 결제금액 보장서비스, 삼성카드는 S.크레딧 케어 서비스, 신한카드는 신용안심 서비스, 하나SK카드는 청구대금면제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보험 성격을 갖고 있지만 보험처럼 해지했을 때 그동안 냈던 금액(수수료)을 돌려받지 못한다. 또 카드결제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에 카드 사용이 많은 고객의 경우 상당 금액이 수수료로 부과될 수 있어 가입 시 충분한 안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해당 부가서비스를 판매하면서 고객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설명하거나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을 교묘하게 흐리는 등 불완전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무료 서비스인 줄 알고 카드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무심코 응답했던 고객의 경우 다음 달 카드 청구서를 확인해보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서비스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이 빠져나갔음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채무면제서비스가 사기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하게 된 날에 5000만원 한도로 카드를 사용한 후 결제대금 전액을 면제받는 식이다. 사고와 관련한 결제대금만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품목 상관없이 최대 5000만원까지 결제대금을 감면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에 계약상보상책임보험(CLIP·계약 이행을 위한 책임을 일괄 담보하는 보험)을 들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정의 수수료(이용료)가 있음을 안내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며 "서비스 신청 후 한 달 안에는 해지할 수 있고 수수료도 환불되니 카드 청구서를 받고 서비스 가입을 취소하고 싶으면 철회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최근 금감원이 검사를 나간 두 곳의 카드사에서 채무면제·유예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카드사가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정확히 수수료 등에 대해 안내하고 판매하는지를 엄격히 검사해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