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불안하지만, 막상 들자니 미심쩍은 점이 많아서요.'

이런 생각 때문에 여태 보험 가입을 계속 미뤄왔던 김 차장. 그런데 최근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마흔 고개에 진입하니 슬슬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큰맘 먹고 보험사에 연락했다가 더 큰 상처를 받고 말았다. 과거 사소한 질병 때문에 병원에 다녔던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신하는 40대 남성들은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이다. 하지만 보험 가입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좁아진다. 첫 번째 마흔보다 더 멋진 두 번째 마흔을 맞이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머니섹션 M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싶어하는 40대 가장을 위해 보험 가입 황금률을 알아봤다.

그래픽= 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합리적 보험가입 첫걸음은 실비보험

보험은 자칫 쓸데없이 많이 가입하면 돈이 새는 것은 물론이고, 비싼 보험료를 내고서도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비보험)은 기본으로 갖고 있는 게 좋다. 실비보험은 우연히 사고를 당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실제 치료에 부담한 비용을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손 보상해 준다. 의사가 권해서 진행하는 검사는 치료를 위한 절차로 보고 실비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가령 두통이 심해 대학병원에 갔고, 의사 진단 하에 검사를 받아 병원비가 10만원이 나왔다면 실비보험으로 자기부담금(2만원)을 제외한 8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환자 본인이 먼저 요청해서 받는 검사는 건강검진으로 보고 혜택에서 제외되니 유의해야 한다. 실비보험은 정부가 기준을 만들어 놔서 어느 보험사에서 가입하든 보장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실비보험만 가입하고 싶어도 의무가입특약 조항이란 게 있어서 추가로 보험료를 더 내야만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의무가입 군살을 다 뺀 월 1만원대 저가형 실비보험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선택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실비보험은 두세 개 가입해도 중복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하자. 불안하다며 실비보험을 여러 개 가입하는 건, 보험사만 좋은 일 시킬 뿐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래 위험 방어

실비보험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암(癌)특약이다. 암보험을 별도 상품으로 가입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 개의 보험에 통합시켜서 가입하면 사업비가 절감되니까 유리하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일부 설계사들이 암 치료비가 많이 든다며 공포스럽게 얘기하지만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암 치료비는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 않는다"며 "실비보험이 있으면 5000만원(자기부담금 200만원)까지 치료비를 받을 수 있으니 암보험이 없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여유가 있다면 암 진단금으로 2000만원 정도가 나오는 특약에 가입하면 좋다. 이 대표는 "미래의 위험에 과민반응하지 말고, 낮은 비용으로 적절한 위험 보장을 받도록 설계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그다음에 꼭 필요한 것은 중대질병(급성심근경색·뇌졸중) 진단비가 나오는 상품과 질병이나 상해 사망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다. 양세정 재무컨설턴트는 "보험료가 갱신되는 특약은 매 3~5년마다 보험료가 오르는데, 보험료가 비싸지는 노년기엔 가격 대비 효용이 없으면 버리면 된다"며 "일반적으로 갱신형보다 비갱신형 특약이 유리하지만 질병사망 특약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험료가 내려가기 때문에 비갱신형보다 갱신형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기초공사: 가입 중인 보험내역 확인

보험 가입 전에 꼭 필요한 작업은 바로 내가 어떤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보험에 가입한 지 오래되었거나, 여러 보험에 가입 중이면 내가 어느 보험사에서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까먹기 일쑤다. 생명보험협회(www.klia.or.kr)와 손해보험협회(www.knia.or.kr) 사이트에서 무료로 실시간 조회해 볼 수 있다. 공인인증서를 갖고 본인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 컴퓨터 사용이 어렵다면 직접 협회에 방문해 본인이 가입 중인 보험 내역을 알아보면 된다. 그다음은 내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끌고 나갈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최미숙 한화손해보험 팀장은 "보험이 한두 달 가입하고 말 상품도 아닌데, 의욕만 앞서서 무턱대고 큰 액수로 가입하면 중도해지하기 쉽다"며서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비싸질 수도 있는 만큼 재무 상황에 맞지 않는 비싼 보험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연금을 뺀 4인 가족 보험료가 가계 월수입의 8~10% 수준인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