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여년을 끌어온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본격화된다. 작년 11월부터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이 "늦어도 2024년 이전에는 중간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최근 확정했기 때문이다.

포럼은 정부가 구성한 조직이어서 정부는 권고안대로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1988년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중간저장시설을 1997년까지 짓기로 결정하고도 무산된 바 있어 정부 구상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1986년부터 방사능이 강한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폐기물과 장갑·작업복 등 중·저준위폐기물을 함께 처분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안면도, 위도 등 건설 예정지마다 주민 반발이 거세 잇따라 무산됐다. 결국 정부는 2004년 고준위폐기물과 중·저준위폐기물 처리시설을 분리해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05년 중·저준위폐기물처분장 부지를 경주로 확정해 짓고 있으나, 고준위폐기물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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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짓기로 한 것은 사용후핵연료가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더 이상 둘 공간이 없어지게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내에 임시 저장하고 있다. 이번에 권고안을 마련한 포럼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시점을 2016년으로 확정했다.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 총괄간사인 조성경 명지대 교수(방목기초교육)는 2일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포화시점을 다시 늦춰 중간저장시설의 건설을 미루지 못하도록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 포화시점을 2016년으로 확정하고 건설 기한을 2024년으로 못박았다"고 말했다. 포화시점을 공식화함으로써 건설을 강제하겠다는 뜻이다.

중간저장시설 건설은 계획수립부터 인·허가, 완공까지 10년가량 시간이 걸린다. 용량 확대를 통해 임시저장 기간을 2024년까지 연장하더라도 빠듯한 일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정책포럼을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 것도 더 결정을 늦췄다가는 중간저장시설 건설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상황 판단 때문에 포럼에서도 시설 건설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완공까지는 지역 주민 설득 등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정부는 "저장시설이 곧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급적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법적 근거를 만들고, 관련 예산을 마련하는 등 틀을 짜는 단계"라며 "입지와 종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다룰 공론화위원회를 내년에 출범시켜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간저장시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또는 영구 처분하기 전까지 저장하는 시설. 국내 원전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포화 시점이 임박해지면서 중간저장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북 경주에서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과 같은 집중식과 각 원전 부지 내에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분산식이 있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