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호재인 건 분명하지만 김칫국은 마시지 말자."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모처럼 밝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가 신용등급 상승은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높여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무디스는 등급을 올린 이유로 한국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국가 부채가 가장 적은 데다 정부 재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어 건전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 최근 북한이 중국과 접경한 세 곳의 경제구역을 새로 발표해 중국과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등 정권 교체에 따른 갑작스러운 체제 붕괴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다른 두 곳인 피치와 S&P는 우리나라에 각각 A+와 A 등급을 부여해 아직 외환 위기 직전보다 1~2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정부는 이번 무디스의 등급 상승이 다른 신용평가사의 등급 평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고,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산적한 국내 현안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상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시장에서 평가하는 국가의 부도 위험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산금리(프리미엄)는 0.1~0.15%포인트 하락한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외화 표시 채권 규모(2700억달러)를 감안하면 연간 이자 부담만 2.7억~4억달러가량 줄어들 수 있다. 김인근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상무는 "최근 들어 국채 등 한국 채권에 대한 인기가 계속 올라가면서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욱 몰리면서 더 낮은 이자율로 각종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디스가 이번에 신용등급을 올린 것은 최근 풍부한 외화 유동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정부가 신용등급 상승에 너무 큰 초점을 맞추면 다른 문제들이 가려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되는 가계 부채와 공기업 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들이 여전히 예민하게 주목하고 있다. 무디스도 이번 등급 상향 조정 발표문에서 공기업 부채와 가계 부채가 정부의 채무로 전이될 가능성을 향후 신용등급 조정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신용평가 회사들의 평가 기준이 '어느 나라 경제 성적이 더 좋으냐'에서 '누가 잘 버티나'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