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회사채 발행 급증‥자금시장 양극화는 심화
-조선 해운 항공등 업황 악화 대기업 유동성 확보 경쟁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항공##등 대기업들이 유로존 위기 장기화로 촉발된 실물경제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 위기로 업황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된 조선, 해운, 항공, 건설, 기계장치 업종에 속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유동성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양대축인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올해 하반기 뿐만 아니라 내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또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싼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6월 연 3.8%를 웃돌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7월들어 3.5%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8월 초엔 3.35%를 기록하기로 했다.

그러나 BBB+등급 이하 중견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미미해 자금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회사채 발행 30% 급증‥조선 항공 해운 등 업종 악화 대기업 ‘유동성 확보 경쟁’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지난 7월 이후 이달 말까지 발행되거나 발행될 예정인 회사채는 총 12조53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7, 8월 발행액 9조5000억원에 비해 32% 가량 급증한 규모다.

용도별로는 시설자금이나 차환 등 목적이 있는 자금보다 특별한 용도가 없는 운영자금이 많이 증가했다. 7, 8월 동안 운영자금 목적으로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은 8조7000억원이다. 그 결과 총발행액에서 상환용 발행을 제외한 순(純)발행액은 7조1000억원에 달한다. 새로운 부채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는 세계 1, 2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7000억원과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대한항공(4000억원), 현대상선(3300억원), 두산인프라코어(3000억원), 한화건설(2000억원), 대림산업(1500억원), 아시아나항공(1000억원), STX조선해양(1000억원), STX팬오션(1000억원) 등도 대규모 회사채를 찍어냈다.

이달들어서는 롯데쇼핑과 S오일이 각각 7800억원과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SK텔레콤(4000억원), 현대제철(3000억원), SK(2500억원), 한진중공업(570억원) 등이 자금조달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시추선(Drill ship·바다 밑 유전 시추에 필요한 드릴링 장비를 탑재한 선박)을 많이 수주해 건조자금이 필요한데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자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