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신월성 원전 1호기와 울진 원전 1호기가 잇따라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됐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신월성 1호기 전경 (출처 : 조선DB)

올해로 설립 11년째를 맞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 상반기 직원 실수에 의한 발전 중단과 비리에 따른 도덕적 해이 등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채 정리되기도 전에 또다시 주요 원전 시설이 잇따라 고장나면서 관리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신월성 원전 1호기가 원자력 출력 제어계통이 고장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나흘 만인 23일에는 울진 원전 1호기가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 이상으로 발전이 정지됐다. 올들어 월성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고리 1호기, 월성 4호기, 영광 6호기 등이 잇따라 고장이 났다.

◆ 직원 실수에 의한 원전 정지 수차례…나사빠진 조직관리

한수원은 2001년 4월 한국전력에서 독립해 설립된 이후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해외 원전사업을 잇달아 따내는 등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허술한 원전 관리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월 고리 1호기가 관리자의 업무 실수로 외부 전원 공급이 12분간 끊기고, 비상 발전기도 가동을 멈췄지만, 한수원은 한 달이 지나서야 이를 보고해 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과 함께 지휘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직원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발전 중단은 이전에도 계속 있었다. 지난 2010년 12월 신고리 원전 2호기는 나사 하나가 빠져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해 2월 2월 영광 5호기가 가동을 멈춘 것은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가동시키는 전동기에서 발견된 드라이버가 고장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월에는 작업자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아 울진 원전 1호기의 발전이 중단되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이상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신월성 1호기가 지난달 31일 첫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 불과 19일만에 고장으로 발전을 멈춰 전력 수급이 큰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

◆ 올 초에는 부품 구매 관련 비리와 도덕적 해이로 떠들썩

한수원은 원전의 잦은 고장과 안이한 관리에 대한 지적 외에도 주요 제품의 구매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 고리원전본부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차례 동안 특정업체로부터 터빈밸브작동기 35대를 구매하면서 적정가보다 55억여원이나 비싼 205억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직원들은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일부 부품을 무단 반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했고, 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을 받은 것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게다가 한수원은 비리 과정에서 중고품이 포함된 엉터리 제품을 구매하고도 별도의 규정된 안전 검사 없이 이를 신제품인 것처럼 사용해 잦은 원전 고장의 원인이 된 부품 결함 문제가 구매과정의 비리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이 대지진으로 원전 시설이 파괴돼 방사능이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국내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진 바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한수원은 오히려 비리를 저지르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안전 불감증'에 '도덕 불감증'까지 걸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 고연봉·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지적도 계속돼

한수원의 비리가 특히 충격을 준 것은 그동안 이 회사가 급여수준이 높은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여러번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026만원에 달한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급여자료를 제공한 299개 공기업 중에서도 30위권 안에 들어 높은 편에 속한다.

올해 비리가 드러나 퇴직한 직원들도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들이 회사를 나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퇴직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또한번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한수원의 총체적인 문제가 잦은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취임했다 올해 퇴임한 신모 전 감사는 정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후 17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던 인물로 원자력에는 문외한이었다. 한수원은 올해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감사 평가에서 최저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