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정책당국들이 과거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2012 통화정책 경시대회' 개회사에서 "현재 선진국들의 경제하강 속도와 폭이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매우 빠르고 커서 일부 학자들은 대불황(Great recession)이라고 지칭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통화정책 수행방식의 변화, 중앙은행 역할 강화, 각국 중앙은행 간 협력 및 공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새로운 위기 예방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 기능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기존의 전통적 정책수단보다 더 많이 수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 수준의 물가안정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영란은행은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했지만 장기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다는 기대에서 자산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했다"면서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쉽게 채택하기 어려운 정책이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도유연성을 찾고자하는 노력의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금융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려없이 통화정책 수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난해 개정된 한국은행법은 금융안정에 대한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간 통합이 진전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 간 협력 및 공조의 필요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의존도와 대외개방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경제 동향이나 추세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국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번에 신설됐거나 강화된 금융안정기능은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이 혼자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