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금리 담합 맞나?… 금융계·정부 의견 분분〈조선일보 2012년 7월 23일자 A8면〉

공정위가 지난 17일부터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 조사에 들어가자 담합이 성립하는지를 놓고 금융계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략) 은행이나 증권사가 CD 금리라는 '가격'이 아니라 CD 발행 물량과 같은 '물량'을 협의한 경우에도 담합으로 인정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 전 금융권의 CD 금리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CD와 CD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조사를 벌이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서로 짜고 CD 금리가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만일 담합이 사실로 확인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되면서 국내외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겁니다. 오늘은 CD 금리가 무엇인지, CD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CD 금리가 왜 중요하고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CD가 뭔가요

CD 금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CD(certificate of deposit·양도성예금증서)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CD는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정기 예금인데, 일반 채권처럼 증권사를 통해 만기 이전에 언제라도 사고 팔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금융상품입니다. 금융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습니다. '정기 예금은 만기까지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는 건데, 만기 전에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건 또 뭐야. 왜 이런 상품이 나온 거지?'라고 말이죠.

의문을 하나씩 풀도록 합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독자가 어느 기업의 자금부장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어느 날 회사에 일시적인 여유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조만간 거래처로 송금해야 할 돈이지만, 그때까지 회사 금고에 그냥 넣어두기만 할 수는 없겠죠? 자금부장인 당신은 어떻게든 이 돈을 굴려서 수익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은행에 갔는데 수시 입출금식 예금(요구불 예금)과 정기 예금 두 가지만 있다면, 당신은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요구불 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이자율이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고, 정기 예금은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기는 하지만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하면 상당한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죠.

자금부장인 당신 입장에서는 '요구불 예금과 정기 예금의 장점만 쏙 뽑아 이자율은 제법 높으면서 언제든지 중도 해지 수수료 부담 없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제3의 금융상품은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바로 CD가 이런 수요에 맞춰 고안된 금융상품입니다. CD는 양도성 예금증서란 말 그대로 '정기 예금의 성격을 가지면서 증서 형태로 발행돼 언제든지 양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CD는 은행 입장에서도 편리한 도구입니다. 여러 차례 거래가 이뤄져 CD 보유자가 바뀌더라도 만기(보통 3개월)가 닥치기 전까지는 은행은 돈을 내주지 않아도 되니까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서 이만한 상품이 없지요. 요구불 예금보다 금리가 높기는 하지만, 만기가 길지 않으니 이자 부담이 그렇게 크지도 않습니다.

CD 금리, 어떻게 결정되고 왜 중요하나요

이제 본론인 CD 금리를 살펴봅시다. CD 금리란 CD가 발행되어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때 적용되는 금리를 뜻합니다. CD의 거래 가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CD 발행은 은행이 하지만, 시장에서의 CD 거래는 증권사가 담당합니다.

CD 금리는 물건 가격처럼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CD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 CD 금리는 하락하고, CD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을 때에는 CD 금리가 상승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CD 금리가 왜 중요한 걸까요? 금융시장에서 대출 금리나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를 정하는 기준으로 CD 금리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CD 금리를 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을 때는 시장에서 거래된 여러 CD 금리를 평균해서 결정합니다. CD 거래를 중개하는 10개의 증권사가 매일 CD 유통 금리를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고, 이 중 가장 높은 금리와 가장 낮은 금리를 하나씩 제외한 나머지 8개의 평균값이 다음 날 대출 기준금리로 사용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과정에서 금융회사 간에 담합이 이뤄져 금융투자협회에 보고되는 CD 유통 금리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금리와 다르게 보고돼 결국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오랫동안 시장 금리보다 부당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CD 금리가 담합에 의해 높게 결정되면, CD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가 정해지는 금융상품을 통해 돈을 빌린 사람들은 원래 내야 하는 것보다 많은 이자를 물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CD 금리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대출을 받을 때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계나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이자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출 받을 때 미리 정한 금리대로 대출이자를 내면 고정금리 대출, 시장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데 따라 대출이자가 늘고 줄면 변동금리 대출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변동금리 대출이 바로 CD 금리에 연동돼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은행 대출 규모는 약 1080조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72.6%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입니다. 그리고 변동금리 대출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가 CD 금리에 연동돼 있는데, 그 규모가 324조원에 달합니다. 따라서 CD 금리가 오르면 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엄청난 수의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CD 금리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파생상품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자율과 관련된 장내 및 장외 파생상품의 경우 CD 금리가 변동금리 지표로서 대부분 활용되고 있지요. 6월 말 현재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의 국내 시장규모(거래 잔액 기준)가 4600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에서 CD 금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CD금리와 비슷한 금리지표는 어떤 것이 있나요

CD 금리 이외에도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를 정하는 기준 역할을 하는 금리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픽스(Cofix), 코리보(Koribor), 통화안정증권 금리, 금융채 금리 등이 있습니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한 이자율을 평균해 산출하는 '자금조달 비용지수'입니다. 국내 9개 은행의 자금 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됩니다. 최근 CD 금리 대신 은행 변동금리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빈도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코리보는 은행끼리의 자금 거래 시장에서 적용되는 단기 기준금리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리보(LIBOR)의 한국판이라고 볼 수 있지만, CD 금리에 비하여 사용 비중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통화안정증권 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통화안정증권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입니다. 금융채 금리는 은행,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이 발행하는 채권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말합니다. 다만 CD 금리 이외의 것들은 CD 금리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변동금리

돈이 필요한 개인이 은행 대출을 받거나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금리가 고정되지 않고, 일정한 주기(주로 3개월 단위)로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때 그런 금리를 변동금리라고 부릅니다.

변동금리를 적용할 때는 해당 기간의 금융시장 상황을 대표하는 금리를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CD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기준이 되는 금리(예를 들어 CD 금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의 신용도나 금융시장의 전망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덧붙여 최종 금리를 정하게 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 중 하나가 리보(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런던 은행 간 금리)입니다. 얼마 전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조작 사건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것이 바로 리보입니다.

◆퀴즈

우리나라에서 은행으로부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기 금리 지표를 '○○금리'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www.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8월 22(수) 오후 5시 마감, 8월 24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