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지음 ㅣ 204쪽 ㅣ 1만1000원 ㅣ 자음과모음

미국 벤처기업 에어비앤비(AirBnB)는 방이 남는 사람과 잠잘 곳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모델로 창업 5년 만에 기업 가치를 1조원까지 끌어올렸다. 2012년 7월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에는 190여개국의 빈방 20만여개가 등록돼 있다. 회원 수는 5000여만명, 하루 3만5000여건의 예약이 이루어진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에 필적하는 서비스 규모를 자랑하지만 직원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에어비앤비는 숙박 제공자와 여행객 사이의 신뢰 형성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Facebook)을 이용한다. 결제 역시 페이팔(Paypal)과 같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다.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만 해주기 때문에 시설을 관리하는 비용도 들어가지도 않는다. 가난한 디자인스쿨 동창생이었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사람들이 남는 방을 쉽게 '공유'하고 또 찾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디어 하나로 1조원짜리 회사를 만들어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라는 새로운 물결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무조건 소유하는 대신 현명하게 나눠쓰자는 움직임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세상을 변화시킬 10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공유(sharing)'를 꼽았다. 하지만 단순히 아껴쓰자는 의미는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처럼 공유경제는 IT(정보기술)와 만나면서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빅 스몰(big SMALL)'은 에어비앤비처럼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현직 신문기자인 저자는 2011년 미국 출장길에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처음 경험하고 공유경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공유경제 서비스 사례를 직접 취재해서 책에 담았다.

복잡한 기술 설명보다는 사람 냄새 풍기는 작은 성공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생각만 달리하면 주변에서 쉽게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여행 경험을 나누고, 빈방을 나누고, 남는 음식을 나누고, 남는 차를 나누는 수많은 사람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스키마 토크의 창업자인) 유타카가 임대사업자가 되기 위해 필요했던 건 에어비앤비의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작은 아이폰 한 대뿐이었고, 교육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상 위의 노트북 한 대로 충분했다. 이제 작은 거인들의 시대가 열렸다. 이들이 바로 '빅 스몰'이다" 라면서 공유경제가 산업 사회에서 부속품으로 전락한 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책은 TED 연사인 레이첼 보츠먼이 저서 '위 제너레이션(원제: What's mine is yours)'에서 주창한 협력적 소비(공유경제)의 개념을 우리 피부에 좀 더 와 닿게 전달했다. 저자가 시종일관 신문기사와 같은 간결한 문체를 선보인 덕분에 쉽게 읽힌다는 점도 좋다. 다만 아직은 국내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태동기인 탓인지 기대했던 만큼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풍부하게 담지 못한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