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장기침체로 촉발된 아파트 중도금 대출 연체율의 고공행진이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부 은행의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1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집값이 크게 내려간 수도권 외곽 지역의 신도시에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며 계약해제를 요구하는 공동소송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조선비즈가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국민은행이 9.07%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100가구 중 9가구는 대출 이자를 제때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수협 7.67%, 농협 5.98%, 신한 4.49%, 우리 4.44%, 하나 2.86% 순이었다. 은행별 중도금 연체율 수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이 평균 0.89%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중도금 대출 연체율은 8.64%에서 9.07%로 4개월 사이에 0.43%포인트 증가했다. 수협은 0.96%에서 7.67%로 급등했고 우리와 신한은 2%대에서 4%대로 껑충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아파트 계약자들이 계약해제 공동소송과 함께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계약자가 분양계약 무효를 전제로 금융기관을 상대로 중도금 대출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사업장은 28개다. 소송 참여 인원이 4190명이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중도금 대출 연체율이 급증해도 은행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중도금 연체율이 급증한 이유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진행하면서 중도금 납입을 거부하기 때문인데 은행이 소송에서 질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출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 계약자의 대출금 상환 능력이 부족하면 고스란히 은행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금융권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4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도금 대출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305조6000억원)의 9%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3월말 기준 5만여 가구에 약 5조8000억원의 대출 잔액이 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6월말 기준 대출잔액이 각각 4조8102억원, 1조878억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 기간이 길어지면 가장 큰 피해는 계약자가 입지만 은행이나 건설사도 건전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소송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연말까지 신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어 중도금 대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