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7년 전 특성화고를 똑같이 졸업한 학생들이 각각 취업과 진학으로 진로가 나뉘었다면 현시점의 손익계산으로는 누가 앞설 것인가.

직업능력개발원은 2004년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전국 각지 학생 2000명의 경로를 매년 추적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우리 나이로 27세가 된 이들 가운데 26%만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선택했다.

2005년 경기도의 한 여자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한 박모(26)씨가 그런 경우다. 박씨는 졸업 후 충남 아산에 있는 한 대기업 LCD 제조공장에 입사했다. 첫 월급 135만원으로 일을 시작해 경력이 붙으면서 직책도 높아지고 월급도 불었다.

7년차가 된 2011년 현재 박씨는 조장으로 근무하며 기본급과 성과급 등을 합쳐 월 310만원가량을 받는다. 주5일 근무에 4대 보험이나 퇴직금도 보장돼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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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와 같은 일부 취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전문대 또는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임모(26)씨는 2005년 여상을 졸업한 뒤 지방 사립대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임씨는 처음에 월급 50만원을 받는 학원강사로 일을 시작했다. 이어 중학교 기간제 영어교사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한 지방 언론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직장을 다섯 곳이나 옮기는 동안 한 번도 월급 15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현재 일하는 직장도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박씨와 임씨의 사례는 그리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지난해까지의 전체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대학 진학의 장점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고졸 남자 월급, 대졸자보다 20만원 더 많고, 직장의 질도 차이가 없어

7년 전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학력별, 성별 임금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 집단은 고졸 남자들이었다. 이들은 평균 205만원을 벌어 같은 또래 남자 전문대졸(190만원) 또는 대졸자(183만원) 출신들을 앞질렀다. 고졸 출신의 경우 군 복무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직장에서 5년~6년차인 경우가 많아 갓 직업전선에 뛰어든 대졸자보다 월급이 많기 때문이다.

여자의 경우 고졸(166만원)과 전문대졸(157만원), 대졸(159만원)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대학졸업자가 좀 더 나은 직장에 다닐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직장의 질 면에서도 학력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상용직·사회보험·퇴직금·유급휴가 여부는 학력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종업원 300명 이상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오히려 남자와 여자 모두 고졸 출신이 가장 높았다.

취업률은 남자의 경우 고졸·전문대졸·대졸 모두 80% 초반대로 엇비슷했으나, 고졸 여성의 경우 64%로 전문대졸(82%)이나 대졸(79%) 출신에 비해 떨어졌다. 직업능력개발원 정재호 연구원은 "결혼과 육아로 노동시장에서 퇴장이 빠른 탓에 다른 집단보다 취업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업만족도·결혼 비율도 고졸이 대졸보다 높아

여러 집단 중 임금이나 고용의 안정성 등에서 볼 때 가장 취약한 계층은 오히려 대졸 여성으로 나타났다. 7년 전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 가운데 대졸 여성은 4명 중 1명이 비정규직으로 모든 집단 중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직장 만족도 역시 대졸 여성이 가장 낮게 조사됐다.

결혼 비율은 학력과 뚜렷한 역관계를 보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만혼(晩婚)과 저출산이 높은 대학 진학률과도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고졸 출신 남자는 6%, 여자는 25%가 만 25세인 2011년 현재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반면 대졸 여자의 혼인율은 1%에 불과했고, 대졸 남자는 한 명도 결혼하지 않았다. 남자의 경우 대학 진학 후 7년이 됐는데도 대학을 졸업한 비율이 전체 대학 진학자 중 11%에 그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연구원은 "고졸자 일자리의 질 자체가 썩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고졸과 대졸 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전반적인 청년 일자리의 질 자체가 좋지 않고 대졸자들이 노동시장에 안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