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반년째 수출 부진 속에 수입도 덩달아 줄며 '불황형 흑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동향 지표인 자본재 수입액 역시 크게 줄고 있어 중단기 전망도 좋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7월 국내 기업들의 총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 감소한 446억달러, 수입은 5.5% 감소한 419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작년 7월 46억달러에서 41% 줄어든 2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2009년 10월 8.5% 감소한 이래 가장 크게 줄었다. 최근 유럽 경제위기 탓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선박의 수출액이 가장 크게 줄어 작년 49억달러에서 올해 21억달러로 28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2009년 하반기 미국 경제위기 여파로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면서 올해 수출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중국 등 수출 효자 지역의 경기 둔화가 지속됐다. 7월 EU로의 수출은 전년 대비 4.9% 줄었으며,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0.5% 감소했다.

내수 부진 영향 탓에 수입이 크게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수입은 올해 들어 3월 이후 5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사용되는 자본재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중단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31.4% 줄었고, 비철금속 수입액도 26.4% 감소했다. 자동차부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7% 적게 수입됐다.

소비재 역시 돼지고기·플라스틱 제품 등 주요 품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본재 수입이 줄었다는 것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주저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중단기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내수 시장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3분기에도 수입액이 극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출 측면에서는 8월이 7월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