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계열회사 중에 직원이 없고 서류만으로 존재하는 일명 ‘유령 회사(페이퍼컴퍼니)’가 여럿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컴퍼니는 일반적으로 비자금 조성이나 분식회계 등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이랜드그룹에 대한 당국의 조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6월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된 이랜드그룹의 계열사 수는 금융사 1개를 포함해 총 30개다. 이는 유진그룹(29개), 웅진그룹(28개), 영풍그룹(23개), 세아그룹(25개), 한라그룹(23개) 등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이랜드의 각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직원이 아예 없거나 이미 폐업, 청산 중인 회사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업체인 프리먼트와 부동산 업체인 에이치앤엘개발이라는 회사는 작년 말 기준 종업원 수 ‘0명’인 회사다. 와인 판매업체인 와인캐슬 역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서 종업원 수가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2~4년 전 폐업을 한 회사가 버젓이 계열사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더쇼엔터테인먼트, 씨앤아트컬쳐, 씨앤조경건설, 씨앤조선해양, 유쉘컴 등은 폐업을 한 회사임에도 여전히 이랜드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돼 있다. 뉴발란스 판매 회사인 글로벌스포츠의 경우 이미 작년 이랜드월드에 흡수합병됐는데 여전히 이랜드그룹 계열사로 등재돼 있다.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리드 역시 종업원 수가 2명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보험, 연금 관련 서비스업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이랜드그룹 내 유령 회사로 의혹받는 계열사들이 많은 건 무분별한 인수합병(M&A)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요 회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하다 보니 불필요한 자회사나 관계사들이 인수돼 덩치가 커져 보인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실제 씨앤아트컬쳐나 씨앤조경건설, 씨앤조선해양, 더쇼엔터테인먼트, 유쉘컴 등은 이랜드가 인수한 이월드(084680)(옛 씨앤우방랜드)가 투자한 회사다.

문제는 이러한 계열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랜드에 대해 투자자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랜드그룹 내 계열사들은 대부분 비상장업체라 큰 문제가 없지만 데코네티션과 이월드(084680)는 각각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어 개인투자자가 많다. 대부분의 주요 그룹사들이 계열사 현황을 상장업체의 보고서를 통해 알려주는 데 비해 이랜드의 경우 부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들 회사의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에는 단순히 계열사만 나열됐을 뿐 폐업한 회사 등의 정보가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의 경우 비상장 계열사가 많아 베일에 싸여 있다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재무최고책임자(CFO) 부사장에 김동건 전 유진자산운용 대표를 영입했다. 이랜드 측은 “그룹 재무와 자금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