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의 경기 체감도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신설법인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청이 30일 발표한 2012년 상반기 신설법인 수는 3만8102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5% 증가했다. 이는 신설법인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6월 한 달 신설법인 수도 전월보다 10.1% 증가하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법인이 많이 세워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기 상황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 주체들이 경기 상황이 좋다고 느끼고, 앞으로 경기 상황을 낙관한다면 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 관련 수치들은 경제 회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등 제조업체들은 현재 경기를 지난 리먼 사태와 같은 수준으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내수 소비가 동시에 하락하며 가동률과 경기전망 지수도 떨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최근 신설법인이 증가하는 것은 경기 전망이 좋아서라기보다 청년과 퇴직자 사이에서 창업 붐이 일어난 결과라고 분석한다. 또 실업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창업을 통해 구직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중기청 관계자는 "정부가 청년 창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이 효과가 신설법인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며 "창업 진입 장벽이 낮은 온라인 창업이 늘어나며 신설법인 수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3만명의 청년 창업자를 양성하기 위해 청년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거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재취업보다 창업에 눈을 돌린 것도 신설법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많은 퇴직자가 선택하는 일반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은 개인사업장으로 분류돼 신설법인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과 50대, 60세 이상 연령에서 신설법인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