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는 엔케이바이오가 보통주 2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減資)를 결정했다. 하지만 엔케이바이오가 실제로 감자를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엔케이바이오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기업이 된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이 감자에 반대하며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엔케이바이오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주식 20주를 1주로 병합해 자본금을 686억3728만원에서 34억3186만40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최근 3년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률이 높아지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적자가 계속되는 기업들은 통상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이고 이 돈으로 빚을 갚는 등 자기자본금을 늘려 자본잠식률을 줄이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감자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엔케이바이오의 소액 투자자들은 소액주주운동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비스탁을 통해 힘을 지분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일단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후 다음달 6일에 열리는 엔케이바이오 주주총회에 참석해 회사측이 대기업 투자와 같은 명확한 경영 개선 계획이 없을 경우 감자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케이바이오의 한 개인투자자는 “회사가 감자 후 대기업 투자를 받는 등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 상장폐지도 막고 회사도 다시 살리겠다면 감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뚜렷한 대안도 없이 감자만 할 바에는 그냥 상장폐지 돼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엔케이바이오는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라서 소액 투자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엔케이바이오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큐리어스에서 개인투자인 H씨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엔케이바이오의 최대주주인 H씨의 엔케이바이오 지분은 0.74%에 불과하다.

큐리어스는 당초 엔케이바이오의 지분 7.74%를 갖고 있었는데 이 지분들은 신한저축은행과 한울에스티이엔지에 모두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큐리어스는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신한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 일부가 반대매매로 매각됐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주주총회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해 보니 큐리어스의 주식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큐리어스가 담보로 제공한 엔케이바이오 주식이 모두 반대매매로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이 지분 위탁을 통해 힘을 모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의지대로 감자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대해 엔케이바이오 관계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감자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감자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