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업계의 거물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 또한 그렇다. 아마존이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아 베조스 역시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티브 잡스 이후 글로벌 IT업계를 이끌어 갈 구루(스승ㆍ거장)로 가장 먼저 이름이 꼽히는 인물이다.

“친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 교묘한 언변 등이 제프 베조스와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이죠. 하지만 제프 베조스가 스티브 잡스에 비해 좀 더 이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달 출간된 원클릭 역자 안진환 인트랜스 대표는 지난 18일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열린 '원클릭' 출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말했다. 책의 제목인 원클릭은 클릭 한 번으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아마존의 특허 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는 "베조스에 대한 직원들의 일관된 평가는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장기적 관점을 바라보는 '비전가'였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번역했으며 번역 에이전시 인트랜스와 번역 아카데미 트랜스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안 대표는 "베조스가 평소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고객"이라며 "고객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부문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온라인서점에서 발견되는 서비스의 하나하나를 베조스가 만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그가 개인정보보호 등 고객 관련 분야를 개선시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우병현 조선비즈 총괄이사는 "베조스는 아마존을 창업하기 전에 몸담았던 컴퓨터트레이딩시스템 개발회사 D.E쇼에서 개발 담당 임원이었다"며 "베조스 리더십의 뿌리는 기술이다"고 말했다.

IT, 온라인유통 전문가들은 제프 베조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송인혁 TEDx서울 에반젤리스트는 "제프 베조스는 사람들의 평판이 제품 구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연결의 시대'라는 점을 앞서 인지하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으로 사업전략을 추진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최재규 매직소프트 대표는 "클라우드 데이터를 운영하는 곳 중 가장 큰 곳이 아마존"이라며 "아마존은 이미 수많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인프라)를 갖춘 곳이고 경쟁사보다 2~3년 앞서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사업전략이 한국에서도 통할까.

임수진 티켓몬스터 실장은 "아마존은 모든 기업인이 만들고 싶은 서비스의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고객들이 굉장히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물건을 살 때는 아마존'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만, 한국에는 G마켓 등과 같은 거대한 경쟁자들이 있어 인수합병 또는 현지화 전략이 쓰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백재현 한국IT기자클럽 회장은 "아마존이 제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경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식 예스24 본부장은 “아마존은 킨들의 한국어 책 서비스도 하길 원하겠지만, 한국에는 출판사가 너무나도 많아 한국만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다만 아마존이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을 위해 이렇게 노력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의 한국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예스24와 교보문고 등 한국의 업체도 기술을 더욱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