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을 하시려면 새벽 3시에 물 샌다고 세입자에게서 전화 올 걱정이 없는 물류 창고에 투자하세요."

21일 오전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한 연회룸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자산 관리 세미나.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의 말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대학가 임대업도 나쁘지 않다. 부모가 월세 내 주면 연체할 가능성이 낮으니까"라고 말을 이어갔다.

이 행사는 국민은행이 5억원 이상 금융 자산을 가진 서울 지역 고객 30여명을 초청해 마련한 맞춤형 행사다. 밖으론 글로벌 저(低)성장과 유럽 재정 위기, 안으론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겹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부동산 가격 하락은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고민거리인데, 박원갑 팀장은 "모든 자산을 월세화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남편도 월세 안 나오면 버려라"고 우스갯소리를 보탰다. 그는 노후 전원 주택 구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나이 먹으면 전원으로 갈 건지 도시로 갈 건지 고민한다. 그런데 새소리보다 차(車) 소리가 잘 들리는 곳이 좋다. 물소리도 안 된다. 젊은 사람들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곳의 부동산을 노리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이란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세종시와 지방에 있는 혁신도시로 공무원 등 '파워 엘리트(power elite)'가 대거 이동한다"면서 "고구려 장수왕 때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긴 이후 1500여년 만의 첫 수도 남하(南下)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이나 펀드 자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임태섭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대표는 현 정권하에서는 수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이나 펀드가 유망하지만, 다음 정권 땐 내수 관련 주식이나 펀드로 갈아타라는 이색 충고를 내놓았다.

사진 = 조선DB

그는 "현재 우리 내수를 이끄는 4가지 요소인 고용과 임금, 자산 가격, 신용 대출이 다 아래쪽으로 가고 있다. 요즘 백화점 가 보면 굉장히 한산하다. 베팅을 하자면 내수(內需)보다는 수출에, 특히 미국 관련 수출주 펀드에 하겠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기 전까진 나라면 내수엔 베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정권 땐 투자 포인트가 조금 달라진다. 임 대표는 "현 정부 초기에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높게 유지했다. 가계에서 수출 기업 쪽으로 부(富)가 옮아간 것이다. 수출 기업은 현금을 엄청나게 쌓아 놓고 있는데 이걸 강제로는 못 뺏는다. 다음 정권은 반드시 반대로 간다. 정부는 가계로 부(富)를 보내는 거시 정책을 쓸 것인데, 그러면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일 수밖에 없고 내수주가 수혜를 본다"고 말했다. 다음 정권의 경제 정책은 내수 지향으로 갈 터이니, 서비스 업종 등 내수주에 신경 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