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비율 98.8%, 정직원 720명”, “여성직원 비율 40%”, “2년 평균 이직률 2%”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 같은 이 수치의 주인공은 국내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이다. 2010년 7월 창립한 쿠팡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를 이끌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대기업들이 임시직이나 계약직 위주로 고용을 늘리는 반면 급성장하는 벤처기업이 수백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19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쿠팡 본사에서 만난 김범석 대표는 쿠팡이 가진 가장 큰 힘으로 ‘사람’을 꼽았다. 벤처기업이자 유통업인 소셜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쿠팡은 사업 초기부터 직원들의 교육에 쓰는 비용과 기업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쿠팡 인터뷰_메이크프렌즈. 쿠팡은 정기적으로 3명의 다른 부서 직원들이 함께 점심을 먹도록 하고 있다. 친분을 쌓고,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범석 대표도 메이크프렌즈에 참석해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김 대표는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직접 사옥 전체를 돌아다니며 근무한다. 72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쿠팡 사옥은 역삼동의 한 빌딩 3층부터 15층까지를 쓰고 있다. 김 대표는 CEO 사무실보다는 현업 부서에서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입사원 교육도 김 대표의 역할이다. 정규직 직원의 교육뿐 아니라 외부용역을 맡기는 콜센터 직원도 김 대표가 직접 교육한다. 쿠팡의 기업문화를 이해해야 업무효율이 늘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쿠팡은 치열하게 일하지만 동시에 보람과 성장이 있는 곳이다. 최고경영자인 내가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고, 신입사원들을 교육시키며 이 같은 쿠팡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낮은 이직률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평균 이직률이 2% 수준이다.

여성과 고졸사원 등 취업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쿠팡의 장점이다. 쿠팡은 전체 직원에서 여성 비율이 40%에 이른다. 벤처기업인 쿠팡의 첫 임원도 여성이었다. 지금도 여성 직원이 많은 서비스본부는 여성 서비스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느낀 점이 남성 위주의 사회 문화가 팽배해 있다는 점이었다.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는 당연히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고졸사원도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다. 현장에서의 역량이 중요한 영업직원을 뽑을 때는 학력을 보지 않는다. 김 대표는 “아이큐(IQ)의 편차는 작지만 이큐(EQ)의 편차는 크다. 학력이 일하는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학력이 어느 정도 고려의 기준이 되기는 하겠지만 일단 쿠팡에 들어온 후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 인터뷰_굿모닝쿠팡. 한 달에 한 번씩 쿠팡 임직원들이 출근하는 직장 동료들을 격려해주는 행사.

쿠팡은 직원들 간에도 결속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메이크프렌즈’다. 메이크프렌즈는 3주마다 쿠팡 직원 3명을 무작위로 연결해서 함께 점심을 먹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르는 직원들끼리도 친분을 쌓고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회사 입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격려해주는 ‘굿모닝 쿠팡’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벤처기업인 쿠팡의 도전정신을 직원들 간에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김 대표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을 나눠줄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바다에 대한 동경을 가르쳐라”라는 생택쥐베리의 말을 인용하며 벤처기업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형식적인 것에 집착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목표를 상실할 수 있다”며 “직원들이 야근을 안 하고 일찍 퇴근한다면 야근을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동기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