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심정입니다"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의 하소연입니다. 요 몇 달 새 소비자 물가가 '2%'대를 이어가며 한숨 돌리나 싶더니 가뭄으로 다시 고민이 늘었다고 합니다. 농산물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양파나 고추와 같은 양념 채소 가격과 배추, 고구마와 같은 밭작물의 생산량이 줄어 가격급등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 못 보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기상 캐스터 출신인 조석준 기상청장입니다. 평소에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청, 국토해양부 장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물가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에 이날은 기상청장이 직접 나서 '날씨 예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지난달 강수량은 41mm로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이번 달에도 10.6㎜로 예년 평균(173.9㎜)의 6.1%에 불과합니다.

전국 곳곳의 저수지 물도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전국 3300여개 저수지 가운데 저수율이 50% 미만인 곳은 516개소, 40% 미만인 곳은 228개소, 30% 미만인 곳은 90개소입니다. 저수율은 6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군요.

이날 기상청장의 '날씨 중계'로 물가 담당 공무원들은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재차 확인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통해 양수기 등 가뭄 해갈용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12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과 몇주 만에 논밭에 물을 대고 빼는 시설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 늦었다는 소리죠. 6월 하순부터는 장마철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다음 달 강수량이 평년(187~397㎜)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가뭄이 아니라 외려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날씨 예보까지 분석하며 물가 안정에 나서는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날씨 예보'만 듣는데 그친다면 천수답(天水畓) 농사짓는 것만 같아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모쪼록 물가 안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노력이 서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