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한 모(20)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다 찜찜한 경험을 했다. 집 근처 할인마트에서 600원에 구입했던 콘 제품을 두배 이상 비싼 1500원을 내고 사야만 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살 때마다 동네 수퍼마켓에 비해 두배 이상 비싸서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17일 관련 당국과 빙과류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편의점 업체들의 가격담합 증거를 확보하고 조만간 법 위반 여부를 결론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공정위가 편의점들의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지 1년만에 밝혀낸 것으로 편의점의 아이스크림 가격이 비싼 원인이 담합에 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면서 "편의점들의 가격담합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름철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인기를 끄는 아이스크림은 동네 수퍼마켓과 대형마트, 편의점이 모두 각기 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이 가장 비싸고 대형마트, 동네수퍼 순서로 가격이 싼 편이다. 가격 할인폭이 동네수퍼, 대형마트 순서로 크고 편의점에서는 할인행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서울 시내 GS25,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에서 롯데삼강의 구구콘 오리지널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모두 개당 1500원에 판매됐다. 반면 인근 동네 수퍼마켓의 구구콘 가격은 600원이었다. 빙그레의 메로나도 편의점에서는 모두 1000원에 팔렸으나 동네수퍼에서는 350원에 살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1000원 이상에 판매되는 롯데제과의 월드콘과 더블비안코는 동네수퍼에서 600원의 가격에 팔고 있었다.

공정위는 빙과류 4개사의 현장조사에서 편의점 업체들이 이들 제조사들에게 특정 가격대에 아이스크림 납품을 하도록 요구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스크림 납품 희망 가격을 일정 가격 이상으로 맞춰서 제출하라'고 편의점 업체들이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이 편의점 별로 다른 가격에 물건을 공급해 편의점간 소비자가격이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가격으로 편의점에 물건이 공급되면 편의점들은 합의한 가격대로 제품을 팔았다.

공정위는 편의점 업체들의 이런 행위가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공정거래법 19조 부당공동행위 관련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약 상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납품 업체들로 하여금 담합 등의 부당 공동행위를 하도록 영향을 행사했다면 납품업체가 아니라 담합을 유발시킨 업체를 처벌하는 게 공정거래법의 법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