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짜리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는데 30분 만에 13만원이 결제됐어요. 어린이들도 하는 전체 이용가의 무료 게임인데 이렇게 수만원이 넘는 아이템을 팔아도 되나요."

미용실을 운영하는 양세나(39·서울 가양동)씨는 최근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놀게 했다가 십여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스마트폰 화면을 만지고 놀다가 사이버캐시(게임상 가상화폐)를 잇따라 구매한 것이다. 게임사에 환불 요청을 하고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냈지만 '한번 구매한 사이버캐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게임업체, 법규 속여가며 돈벌이

소비자들이 구매한 사이버캐시의 환불을 거부해온 NHN·게임빌·컴투스·엔타즈·넥슨코리아·케이티하이텔 등 16곳의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3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40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받았다. 게임업체들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잘못된 관행이었기 때문에 바로 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발된 게임업체들은 소비자들을 버젓이 속여 가며 배를 불려왔다. 전자상거래법상 사용하지 않은 사이버캐시는 환불이 가능한데도 '사이버캐시는 구매 후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엉터리 자체 조항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속여온 것. 공정위 관계자는 "일주일 이내에는 전액 환불이 가능하고, 이 기간이 지났더라도 일부 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버캐시는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들은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 큰 사용자'들에게만 환불을 해줬다. '환불이 안 된다'는 조항을 보고 지레 포기한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것이다.

게임빌의 ‘에어펭귄’(왼쪽)과 컴투스의 ‘프로야구2012’.

인증절차 없이 버튼 두 번에 수만원씩 결제

모바일 사이버캐시 피해가 큰 것은 본인 인증 절차 없이 버튼 한두 번만으로 간단히 결제가 되는 탓도 있다. 게임업체들은 스마트폰에 카드정보가 연계돼 있으면 곧바로 결제를 하고, 없으면 휴대전화 요금에 합산되도록 했다. 이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등도 마찬가지다.

실제 이번에 적발된 업체의 게임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버튼을 두 번 누르자, 곧바로 25달러를 결제하겠다는 창이 떴다. 동의 버튼을 누르자 아무런 본인 인증절차 없이 곧바로 카드 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이 화면을 몇 번 만지기만 해도 수만원씩 결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업체들이 사이버캐시에 혈안인 것은 사이버캐시를 통한 수익이 모바일 게임 관련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 이 중 2000억원가량이 사이버캐시를 통한 결제다.

이로 인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올 1분기 휴대폰 소액결제 관련 민원은 244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40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소액결제는 게임 사이버캐시를 구매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결제수단이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박영회 사무국장은 "접수되는 민원의 90% 이상이 어린 자녀가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가 잘못 결제했다는 내용"이라며 "게임업체들도 결제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절차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