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워크아웃, 법정관리 상태인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추가 지금 지원으로는 채권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은행들이 ‘매각’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크아웃 건설사 내부적으로도 건설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금융투자자 대신 좋은 ‘주인’을 찾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가 큰 것도 한 몫했다.

◆ 채권단, 워크아웃 건설사 줄줄이 ‘제3자 매각’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벽산건설, 남광토건 등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제3자 매각’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에 대거 나섰다. 남광토건은 지난주 삼정회계법인과 인수합병을 위한 주관사 선정 계약을 체결하고, 25일 매각 공고와 동시에 인수의향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달 초 공개입찰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한 벽산건설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한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부동산금융 12월

건설업계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3년 동안 우량한 부동산 PF 사업을 정리하면서 채권단들이 채권회수를 마무리했고, 부동산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지원보다는 ‘매각’이 추가 채권 회수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워크아웃 건설사에 대한 지원은 수익성이 있는 PF 사업장은 자금을 수혈해 완공해 채권을 회수하고, PF 사업장이 완공되면서 채권회수작업이 마무리되자 회수가 불투명한 추가 지원에는 발을 빼는 방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유동성 위기 극복 차원의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PF 우발채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하고, 부실기업의 퇴출 등을 통한 산업구조조정 효과가 미미하며,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 건설사 "채권단 답답해, 차라리 매각이 낫다"

워크아웃 건설사 내부적으로도 건설업의 특성을 모르는 금융권 채권단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림건설은 지난달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6200억원의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430억원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올렸지만, 채권단 간 이견 조율에 실패하며 지원이 무산됐다.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림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경남 양산 물금신도시 부지를 가진 동문건설은 지난해 신규 분양을 계획했으나, 채권단의 반대로 올해까지 분양이 미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단의 승인이 늦어져 지난해 부산 등 경남지역 신규 분양을 놓친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많다”면서 “건설 주택사업은 순간의 ‘분위기’가 성공을 좌우하는데, 채권단들은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혀를 찼다. 현재 경남권 신규 분양 시장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채권단 내에서도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면서 지원 분담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드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사이판 월드리조트, 월드건설 강남 사옥, 사업 부지 등을 매각해 채권 회수하고 신규자금 지원을 모조리 중단했다”면서 “채권단들끼리 싸우느라 정작 건설사는 껍데기만 남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설업계와 채권은행 전반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피로감이 크기도 하다. 더욱이 2009년 정부 차원의 ‘위기관리’차원에서 시작된 부실 건설사 정리작업은 현재 소강상태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12월 출범한 기업재무구조 개선 단을 지난해 말 12월 해산했다.

◆ 사라진 워크아웃 취지, 무책임한 채권단

'경영정상화'라는 워크아웃의 취지를 잊고 '매각'으로 전환한 채권단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매각'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실제 중국 투자자인 신흥산업개발과 매각 계약을 맺은 대우산업개발(대우자판 건설 부문)은 유상증자 대금 납입 지연을 두고 매각 무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신흥산업개발은 지난해 10월 채권단 및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대우자판 인수 협약에서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 지분 62.47%를 갖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수차례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해 구설에 올랐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00위 기업을 기준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는 총 22곳이다. 금호산업(13), 벽산건설(26), 신동아건설(34), 고려개발(38), 남광토건(39), 진흥기업(41), 삼호(46), 한일건설(48), 우림건설(57), 동일토건(68), 중앙건설(70), 신일건업(73), 동문건설(85), 성우 종합건설(95) 등 14곳 워크아웃 중에 있으며,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임광토건 등 8곳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