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을 담당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연구인력은 690여명이다. 발사체와 위성, 항공분야를 모두 합친 인력이 그만큼이다. 반면 인도 우주개발기구(ISRO)의 9개 산하기관에는 무려 1만6000명이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우주개발 기구인 중국 국가항천국(CASC)의 연구 인력은 10만명에 이른다. 항우연 인력은 인도의 23분의 1, 중국의 14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인력이 1772명으로 그나마 우리의 2.6배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은 JAXA와 더불어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을 주도해 실제 연구인력은 훨씬 많다.

세계 최빈국인 북한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약 1만명의 미사일 전문 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독일 우주청은 평균 3000명이 넘는 우주개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인해전술'을 펼치는 마당에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한국이 이들을 따라잡기는 요원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예산결산 소위원회. 국회의원들은 2021년 발사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로켓) 예산을 1150억원에서 684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의원들의 논리는 "나로호 3차 발사가 성공할 때까지는 원하는 만큼 예산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창경 2차관(과학담당)이 "중국은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려 도킹에 성공한 상황이다. 예산을 삭감하려면 아예 로켓 개발을 중단하는 게 낫다"고 읍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산 삭감 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당초 정부는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러시아의 로켓 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 삼아 우리 힘으로 1.5t짜리 실용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기술 이전을 거부하고 나로호마저 연거푸 발사에 실패하자 2018년이었던 발사시점이 3년 뒤로 미뤄졌다. 사실상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교육과학기술부로선 원하는 예산을 다 받아 현재 연구인력을 100% 풀가동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일본은 한국형 로켓이 발사되기 1년 전인 2020년 달에 로봇을 보내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도도 같은 해에 유인(有人)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리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중국은 미국 아폴로 11호에 이어 두 번째로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란마저 2021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겠다는 기세다. 이들은 모두 우리에 훨씬 앞서 발사체를 독자개발한 나라들이다. 2021년 한국은 미국과 유럽은커녕 아시아권 국가와 경쟁에서도 군소국가로 전락할 처지인 셈이다.

격차를 줄이려면 이들 나라보다 더 많은 인력,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서 우주개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우주개발 분야 투자 비중은 0.03%에 불과하다.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은 물론이고 인도·중국에도 뒤처진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연구개발(R&D) 투자 빅7' 국가 중 하나로, 투자 규모가 세계 6위였다. 특히 R&D 투자의 질적인 면을 나타내는 GDP 대비 투자 비율은 단연 1위였다. 하지만 우주분야만큼은 이 트렌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기구를 가봤더니 부서마다 우리의 몇 배에 달하는 인력이 일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발사체 개발 초기단계부터 국내 기업들을 적극 참여시켜 민간 인력을 동시에 양성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