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화부채가 4000억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 2006년 2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배로 불어나는데 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국채 투자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 비중이 꾸준히 하락하고 순채권국의 지위가 강화되는 등 지급여력을 감안한 외화건전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 외채 4114억달러 GDP 35%‥순채권 규모도 증가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외채 잔액은 4114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30억달러 증가했다.

기관별로 보면 정부(21억달러), 통화당국(39억달러), 예금취급기관(37억달러), 기타부분(34억달러) 모두 지난 분기와 비교해 늘었다. 외국인 채권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우리나라가 갚아야할 돈이기 때문에 외채로 잡힌다.

우리나라의 외채 잔액은 1995년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006년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그 다음해인 2007년 3000억달러에 이어 5년도 안돼 4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4000억달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5%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정부가 내부적으로 잡고 있는 심리적 저항선인 '4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순채권국 지위도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3월 말 우리나라 대외 채권 잔액은 5109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45억달러 늘었다. 사상 최대치다. 그 결과 외국에 빌려준 돈에서 빌린 돈을 뺀 '순대외채권 잔액'은 995억달러로 집계됐다. 2006년 3월 1584억까지 증가했던 순대외채권 잔액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 6월 471억까지 쪼그라들기도 했으나 이후 금융위기 완화로 다시 늘어나 1000억달러 재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 단기외채 소폭 증가에도 비중은 꾸준히 하락 '30% 안정세'

지난 3월 말 단기 외채는 1363달러로 전분기보다 2억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만에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기간 장기 외채는 128억달러 증가해 2751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투자가 늘어난 여파로 단기 외채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은행들이 연초 외화유동성 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단기외채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외채비중은 33.1%로 전분기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장기 외채 증가속도가 단기 외채 증가속도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외국 빚' 중에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의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다.

단기외채비중은 2008년 3분기 51.8%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30% 초반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외은 지점의 대외 단기자산 대비 대외 단기 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1128%에서 361%로 하락하며 꾸준히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이같은 현상은 금융·외환 감독당국이 외환건전성부담금·선물환포지션 한도 등을 통해 단기외채 감축을 유도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3월 말 43.1%를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1.3%포인트 줄었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가운데 단기 외채 증가 속도가 그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