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소비자들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준다는 기본원칙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지난해 국내 신형 GS시리즈의 출시현장을 깜짝 방문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리콜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던 도요타가 원점에서 시작해 다시 제작한 신형 렉서스 ‘올뉴(All New) RX 350’을 국내에 출시됐다.

렉서스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RX350은 1988년 1세대 모델이 처음 출시된 이후 세계적으로 100만대 넘게 팔렸다. 이번에 출시된 RX350은 2009년에 나온 3세대 모델의 변형 모델이지만 변형의 정도가 커 거의 신모델 수준으로 달라졌다.

국내에서도 렉서스 RX350은 매달 10~20여 대씩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다. 올해 역시 4월까지 144대가 팔리면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4월에만 30대가 팔리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 올뉴 RX350, 세단 못잖은 정숙성…“신기술 대거 적용”

19일 인천공항 인근에서 진행된 출시·시승행사에서 올뉴 RX350을 타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덩치가 큰 SUV임에도 세단과 같은 정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진동과 소음이 적어, 정숙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속력도 좋았다. 페달에 발을 갖다대자 시속 100km를 금세 넘어간다. 물론 대형 SUV인만큼 가속페달을 갑작스레 밟으면 세단처럼 빠르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치고 올라가는 힘은 저돌적이었다.

올뉴 RX350은 3.5리터 V6 DOHC 듀얼 VVT-i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기존 모델보다 1마력 높은 277마력의 최고출력과 35.3㎏·m의 최대토크를 가졌다. 공인연비는 L당 9.1km다.

올뉴 RX350의 주행모습

신형 RX350의 가장 큰 장점은 정숙성이다. 이 차량에는 차체의 스팟용접(점용접) 부분을 확대해 리어(후륜)에서의 노면 저항에 대한 흡수력을 향상시켜 조용하다. 또한 차체 강성이 더욱 단단해져 스티어링 휠(운전대) 조작에 따른 반응력이 민첩했다.

특히 RX350은 오르막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가변식 4륜 구동시스템인 액티브 토크 컨트롤(ATC) AWD 시스템이 적용돼 오르막이나 깊은 코너구간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이 기술은 바퀴 속도, 회전 각도 등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 종합해 차량 전·후륜에 토크비를 자동으로 배분해 도로여건에 최적화된 주행을 가능케 한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대표가 기자들에게 차량설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올뉴 RX350은 외관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형 RX350은 GS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차량 전면에 렉서스를 상징하는 ‘스핀들 그릴’을 적용해 멀리서도 렉서스 차량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화살촉 모양의 L자형 LED 램프가 그릴과 함께 차량의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이 밖에도 신형 RX350에는 지난 GS시리즈에 최초 적용돼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에어로스태빌라이징 핀’도 탑재됐다 에어로핀은 차량 측면에서 공기흐름을 제어해 차체의 흔들림을 줄이고, 핸들링의 정교하게 만드는 도요타의 특허기술이다.

◆ 가격 590만~940만원 낮춰

신형 RX350의 실내 인테리어는 운전자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차량의 모든 주행적 기능요소들이 운전석에 집중됐다. 실제 도요타는 차량의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위해 인체공학과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요타가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한국형내비게이션'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내비게이션이다. 기존 도요타의 차량의 경우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에 한국도요타는 LG전자와 함께 향후 도요타·렉서스 차량에 탑재될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특히 올뉴 RX350에 적용된 2세대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신형 내비게이션과의 조화로 쉽고 간단하게 지리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하나를 바꿨다고 해서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많이 변화를 시도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국내 현대·기아차나 수입차에 비해 감성품질은 다소 부족했다.

올뉴 RX350에 적용된 2세대 리모트 터치 시스템

한국도요타는 RX350의 차량가격을 대폭 낮춰 경쟁력을 강화했다. 올뉴 RX350은 기존 모델보다 무려 590만~940만원 인하됐다. 국내 판매가격은 ▲수프림 6550만원 ▲이그제큐티브 7300만원이다. RX350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점을 감안해 한미 FTA에 따른 관세인하를 활용해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는 최근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수백만원씩 올리는 국내 메이커들과 대조적이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상위 트림인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모델로 더욱 정교해진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HUD에는 시프트 표시를 비롯해 DMB(TV), 블루투스 사용 등의 정보가 제공돼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카츠다 타카유키 올뉴 RX 개발총괄 수석 엔지니어가 차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 신형 RX350에는 ▲10개의 SRS 에어백 ▲VSC(차체자세제어장치) ▲TRC(미끄러짐방지장치) ▲ABS(Anti-lock Brake System) ▲EBD(전자식제동력 분배) ▲EPS(전자제어 파워 스티어링) 등 안전장치와 이를 통합 제어하는 VDIM(차체역학 통합제어시스템)도 장착됐다.

한편 이날 방한한 올뉴 RX 개발총괄 카츠다 타카유키 수석 엔지니어(51)는 “올뉴 RX350은 향후의 렉서스 방향성을 보여주는 렉서스 변화의 2탄”이라며 “차세대 렉서스 자동차는 한눈에 렉서스임을 알아볼 수 있는 가슴 뛰는 ‘디자인’과 감성을 울리는 ‘멋진 주행’, 하이브리드를 축으로 하는 ‘친환경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