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 '낙수효과' 일어날까]
부동산경기 살리려 강남 규제 먼저 풀어 투자 심리 위축… 확산엔 한계 있을 듯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오르기 어려워]
가격 30~40% 내린 중대형 매물은 선별적으로 매수하는 것 고려해볼 만

지난 10일 정부가 5·10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서 주택투기지역과 재건축 규제를 풀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나 취득세 인하가 빠진 탓에 시장은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처음 내놓은 부동산 대책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시장은 당분간 바닥다지기가 진행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남권 오피스텔 인기 높아질듯

강남권은 지난 15일부터 주택투기지역이 해제되면서 DTI와 담보대출인증비율(LTV)이 40%에서 50%로 올랐다. 이제는 강남에 집을 사는 행위에 대해 '벌칙'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 강남권에서 1가구 3주택자가 첫 주택을 팔 때도 양도세 가산세율(10%포인트)이 적용되지 않고 생애최초구입자금도 빌릴 수 있다. 또 종전에는 계약 후 15일 내에서 거래 사실을 신고해야 했는데 이번에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해제되면서 일반 지역과 같이 60일 이내로 완화됐다. 이젠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번 5·10 대책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강남권 오피스텔 분양시장에 더욱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해제돼 주택임대사업자가 오피스텔을 신규로 분양받는 경우 취득세 감면 혜택(60㎡ 이하 취득세 면제, 60~85㎡ 이하 25%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1대1 재건축 때 기존 주택보다 면적을 10% 이하로만 넓힐 수 있게 한 현행 규정을 고쳐 10% 이상 넓힐 수 있게 하면서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혜택을 받게 됐다. 강남권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많음에도 정부가 이처럼 대책을 내놓은 것은 강남이라는 폭발성을 통해 시장을 살리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이른바 부동산판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다. 큰 강이 잘 흐르면 작은 천도 잘 흐른다는 논리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워낙 얼어붙어 강남권 온기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집 안 팔려 애태우는 일시적 2주택자 안도

새집을 장만해놓고 원래 살던 집이 안 팔려 고생했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새집을 장만한 뒤 기존에 살던 주택은 2년 안에 팔아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3년 안에 팔면 가능해져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시적 2주택자의 종전 주택 처분 기한 연장(2년→3년)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국회 통과 절차가 필요 없으므로 정부가 예정한 7월부터 시행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보유요건 완화(3→2년)는 수도권보다 지방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은 집값이 대부분 하락했지만 지방은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2년 전에 서울과 수도권 1주택자들이 집을 샀다면 그동안 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 팔아도 어차피 양도세 부담이 적다.

2년 미만 단기 보유 양도세 중과세율도 대폭 완화된다. 현재 1년 이상~2년 미만 주택을 보유하면 40%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앞으로는 일반세율(6~38%)로 낮아진다. 단 이 조항은 소득세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폐지는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정부는 주택이 아닌 분양권에 대해서는 단기 보유 양도세 중과세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격 회복보다는 당분간 바닥다지기

전반적으로 수도권 아파트시장 자체의 체력이 바닥나 곧바로 상승세를 보이긴 힘들 전망이다. 5·10 대책은 아파트 매물이 덜 나오도록 해서 시장 연착륙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봐야 한다. 그러니 매수자들은 좀 느긋하게 대응해도 괜찮다. 단 최근 단기간 가격이 크게 떨어졌으므로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역사적 고점(버블세븐 지역은 2006년 4분기) 대비 30~40% 정도 하락한 매물이라면 선별적인 매수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반면 중소형은 최근 2~3년간 전세난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중소형 수요자는 전매 제한기간과 의무 거주요건이 대폭 완화되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전략이 더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