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페이스북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인스타그램(Instagram)이란 앱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서, 디자인과 심리학의 융합이 빚어낸 성공사례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대표 자동차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회사 50개 정도가 있으면 현대자동차와 맞먹는 대기업이 하나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스마트 시대의 아이러니는 우리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회사 하나 때문에 기간 산업체인 KTSK텔레콤이 힘겨워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의 핵심경쟁력은 인프라나 하드웨어 같은 원천기술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무시했던 소프트웨어나 사용자 경험 같은 융복합 기술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운영체제, 인공지능,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 연구는 국가 연구비조차 받기 힘들었다.

사용자 경험이란 마치 르네상스 시대처럼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기술이다. 사용자 경험은 인지 과학자인 도널드 노먼의 주창을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인지과학은 사용자가 어떻게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인공물과 상호작용하는지, 즉 어떻게 감각하고 지각하고 학습하고 기억하고 좋아하고 판단하고 조작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사용자인 인간의 다양한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지과학은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디자인 등의 핵심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인지과학자도 어떤 사람은 노먼 교수처럼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기도 하고, 허버트 사이먼 같은 사람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며, 대니얼 카네만 같은 심리학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