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김진태 상무가 자신이 유치한 레이디 가가의 한국 공연 안내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현대카드의 브랜드본부장 김진태(42) 상무에게 '한평생 가장 길었던 하루'는 지난달 27일이었다.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에 세웠던 그날 김 상무의 근무시간은 24시간이었다.

6개월 동안 밤을 새워가며 준비한 공연을 즐길 틈은 없었다. 레이디 가가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팬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선정적이며 동성애와 자살을 조장한다며 반대에 나선 기독교 단체 회원들….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레이디 가가가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작년 10월부터 첫 공연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뛰었다.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레이디 가가의 매니지먼트 팀들과 전화 회의를 하기 위해 밤새 잠을 못 자고 전화통을 붙들고 있기도 했다.

난관은 국내에도 있었다. 레이디 가가가 공연장으로 요구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빌리는 문제였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잠실 주경기장을 임대한 뒤에야 레이디 가가의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카드회사가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유는 뭘까. 김 상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도록 하고 그것을 받아들인 고객들이 현대카드의 팬이 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 이벤트는 당장에는 비용일 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가 수익을 낳는다"면서 "하나의 상품이 문화, 삶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브랜드 전략의 기본으로 뜻밖에도 '수학과 논리'를 꼽았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정서적 감동을 주지만 브랜드를 감성적 접근만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수학적 분석과 논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여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선함, 그런 경험을 주려면 밑바닥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현대카드의 브랜드 이벤트는 철저하게 논리적·수학적으로 디자인된 것들입니다. 1㎜의 차이로 결과는 정반대로 갈릴 수 있거든요."

그는 "고만고만한 경쟁사, 경쟁 제품과 확실하게 구별 지어 주는 것은 결국 브랜드"라고 말했다. "어원(語源) 자체가 그래요. 소 주인이 소 엉덩이에 찍는 불도장이 브랜드잖아요. 기업과 고객이 브랜드를 통해 하나의 관계로 단단하게 묶이는 겁니다."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삼성중공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복잡하게 얽힌 업무를 분명한 원칙에 따라 디자인하고 싶은 생각에 엔지니어가 아닌 전략기획팀원을 자원했다고 한다. 이후 맥킨지와 소프트뱅크, 위니아만도를 거쳐 2008년 현대카드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