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추진에 대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한전 측에서 "엄살이 너무 심하다"며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5월 7일자 B3면 참조

대기업 불만의 요지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때마다 산업용을 도마 위에 올린다는 겁니다. 초고압으로 전송되는 산업용은 생산원가가 주택이나 일반용(사무용 빌딩·상점)보다 싼데도 그건 쏙 빼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엄청 싼 것처럼 얘기한다는 거죠.

한전은 이에 대해 "절반만 진실"이라고 말합니다. 발전소→변전소→전봇대를 거치는 가정용에 비해 산업용은 변전소나 고압선에서 바로 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합니다. 수송단계가 적어 산업용 생산원가가 싼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산업용은 판매단가 역시 가정용에 비해 싸기 때문에 여전히 주택용이나 일반용에 비해 싼 편이라는 게 한전의 주장입니다.

전기생산비 대비 전기요금 비율인 '원가 보상률'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보상률은 87.5%였습니다. 생산비보다 13%가량 싸게 공급했다는 뜻입니다. 반면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의 원가 보상률은 각각 88.3%와 92.6%였습니다.

그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쌌던 이유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싼 편입니다. 작년 한 해 산업계 전체가 혜택을 본 전기요금이 2조2328억원입니다. 반면 한전은 4년째 적자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근대 선임연구위원은 "한전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구 노력을 해야겠지만 대기업도 싼 전기요금에 기대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