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제 뉴이코노미 그룹 대표

S&P 500 지수가 작년 4분기 11.20% 상승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2.00%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NASDAQ 지수는 애플 주가의 48.04% 1분기 상승에 힘입어 18.67% 급등을 보였다. 긍정적인 단기 경제지표와 유로존 위기 완화 기대에서 오는 시장 변동성과 단기 주식 상관관계 급락이 주된 원인이었다. 매크로 변수의 영향이 시장을 지배하는 "위험선호-위험회피(Risk on-Risk off)"의 이진법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의 펀더멘털이 주가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다시 자리 매김을 한 결과로 보인다.

인상적인 1분기 S&P 500 지수 상승폭 못지 않게 시장 변동성과 개별 주식의 실현 상관관계(Realized correlation)도 매우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2011년 10월 초 0.86이던 주식 상관관계는 올해 1분기에는 2006년 이래 최저 수준인 0.30으로 내려 앉았다. 주식 상관관계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반영하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S&P 500 내재 상관관계(S&P 500 implied correlation) 지수 역시 작년 12월 중순 고점 83.94에서 1분기 말에는 58.26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시장 여건 개선을 배경으로 지난 1분기는 적극적 투자자(Active investor)의 대형주 개별 종목 전략이 빛을 본 시기였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적극적 투자관리(Active investment management) 포트폴리오의 1분기 투자 수익률이 지수 상승폭을 70bp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낮은 시장 거래량과 계속되는 주식형 뮤추얼펀드 환매는 장기 상승 추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부족을 보여 준다. 1분기 시장 급등이 낙관론과 희망으로 전환되지 못한채 여전히 신중론과 회의감이 지배하는 투자자 심리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다시 고개를 드는 유럽 위기 인식과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회의론이 월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시장 보고서와 여전히 불투명한 주택시장 전망으로 인해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11년 초 주식시장과 최근 시장 추세의 유사점을 지적하며 벌써부터 무덥고 지루한 여름 시장을 예측하는 전략가의 보고서도 보인다.

이러한 우려의 가능성은 이미 금융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과거 5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했던 주식 상관관계가 4월 초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CBOE의 S&P 500 내재 상관관계도 3월 하순 저점 58.26에서 최근 68.54로 17.65% 상승했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3월 말의 14.26에서 최근 19.40 수준까지 36.04% 올랐다. 월가의 전략가들이 위험선호-위험회피 시장 현상의 회귀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위험선호-위험회피 현상은 거시경제 변수의 지배적인 영향으로 투자 종목의 시장 상관관계가 증가하여 기업 펀더멘탈이 주가 결정에 효율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진법적인 투자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2007년 금융위기 시작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험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금융위기 초기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2008년 리만 브라더즈 파산 이후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고와 이후의 은행 부실 사태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위험선호-위험회피 현상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요인으로는 전자 주식거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용이한 시장 접근, 시장의 세계화와 자본자산 가격결정모델(CAPM: Capital Asset Pricing Model)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주장과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 요인의 결과라는 분석이 거론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 요인의 결과라는 분석에 월가의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많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한 글로벌 시장 개입, 양적완화와 전례 없는 규모의 정책 대응이 있었다. 금융시장은 이러한 정책적 노력의 성공-실패라는 단순한 이진법적인 결과를 자산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정책 대응 성공으로 글로벌 회복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정책 실패가 선진국 경제에 더욱 심각한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투자자산은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회복 가능성의 지배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마련이다. 결국 서로 다른 투자자산이 회복 가능성 여부라는 공통 분모를 소유하며 그 불확실성의 증감이 주식 상관관계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포함한 모든 자산가격이 최근 시스템 리스크에 오염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 결정도 경기회복 아니면 위기심화라는 주어진 선택의 연장이었다. 이로 인해 결국 투자 원칙은 창밖으로 내던져졌고, 투자 결정 과정은 그 효율성을 잃었다. 가치 개념과 투자 다변화 효과의 효율성도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여건 변화는 많은 투자자에게 투자 종목 선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금융위기 전에는 시장을 움직이는 주된 요인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로 다른 투자자산들이 개별적인 자산 고유의 특성을 상실하고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증가했다. 상대적 가치 투자나 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 같이 이미 검증된 투자 전략도 거센 일일 시장변동성 아래에서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위험선호-위험회피 여건에서는 모든 투자자산이 위험자산 아니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자체의 펀더멘털은 이차적인 것이 되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투자자산들이 동질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시장에서는 사실 투자 다변화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개별 투자자산의 등락이 공통적인 가격 요소의 지배적인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어, 개별 종목의 펀더멘탈에 따라 투자한다는 것은 쓸모없는 노력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험선호-위험회피 성향이 지배적인 시장에서 수익률 사냥에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새로운 시장 구조를 받아들이고 시장과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투자의 다변화 추구보다는 용이하게 실행할 수 있는 투자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전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투자 다변화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 궁극적인 투자 목적이 허용한다면 투자 대상 범위와 유동성 변수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다변화 전략이 수익률 사냥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셋째, 승자를 매수하고 패자를 매도하는 모멘텀 투자(Momentum investment) 같이 위험선호-위험회피 현상의 영향을 비교적 받지 않는 적극적 투자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시장추세 전략과 적극적 투자관리 공간의 많은 전략들은 가장 효율적인 위험조정(Risk adjusted) 형태로 그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시장 움직임이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말하는 랜덤워크(Random walk)라면 시장추세 모델(Market trend model)은 장기적인 효율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추세 모델의 성공 사례는 잘 준비된 모멘텀 전략만이 수확할 수 있는 작지만 체계적인 가격 오류(Mispricing)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사실 확인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금융위기 시작 이후 경험한 초단타 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의 급성장은 결코 우연한 것으로 보아 넘기기가 어렵다.

넷째, 보다 의욕적인 전략은 위험선호-위험회피의 영향을 확실하게 상쇄하는 것이다. 많은 적극적 투자전략들은 이미 시스템 리스크 요인의 커다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구체적인 자산가격 감염 요인의 헤지를 통해 기존의 적극적 투자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위험선호-위험회피 현상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수년이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위험선호-위험회피 현상은 투자자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상관 없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위험선호-위험회피는 한동안 시장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이슈로 보인다. 문제는 어느 전략도 실행하기 쉬운 것은 없고 나름대로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비된 투자자만이 수익률 사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