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럽 재정위기와 내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24.9% 늘어난 2조2826억원, 당기순이익은 30.6% 늘어난 2조451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1분기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10.6% 늘어난 20조1649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자동차 판매량이 가장 적은 1분기에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였던 작년 4분기(20조519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올 초만 해도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현대차의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차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시장 평균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표 참조〉. 특히 위기 진원지인 유럽에서는 전체 자동차 업계의 신차 판매량이 작년 대비 8%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판매가 12.5% 늘었다. 개별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신장률이다.

해외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차는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총 107만2679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작년 동기대비 16.7% 늘었다.특히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영업이익률)이 1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점이 주목된다. 1000원어치를 팔면 113원의 이익을 올린다는 뜻이다. 작년 영업이익률 10.4%보다 높아졌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에서 10%대 이익률을 올리는 회사는 현대차 외에 독일 고급차 브랜드 BMW 정도만 있다. GM도요타 같은 양산차 업체들은 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처음으로 이익률 10%를 넘기면서 비용은 줄이고 이익은 많이 남기는 알짜 회사 반열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또 플랫폼(엔진·차체 등 차량의 핵심 뼈대) 통합을 통해 연구개발과 생산 비용을 많이 줄였다. 10년 전만 해도 22개 플랫폼으로 28개 차종을 만들던 현대차는 현재 플랫폼 7개로 36개 차종을 만들고 있다. 수출차량의 1대당 단가는 작년보다 2.1% 높아진 1만5900달러(1800만원)를 기록했다. 아반떼급을 주로 팔던 중국에서 쏘나타와 투싼 같은 중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많이 팔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유럽 위기와 신흥국 수요위축 우려 속에서도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면서 '제값 받기' 노력을 펼친 것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올 초 세운 판매목표치(429만대)를 상향조정할지 여부에 대해 이 본부장은 "올해 현대차는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질적 성장을 달성한 뒤에 생산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