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콩 값이 30% 넘게 오른 가운데, 옥수수와 밀도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동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농작물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옥수수 비축량 94년 내 최저… 밀 비축량도 3년 내 최저 수준

2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2% 상승한 부셸당 6.10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내림세를 보이던 옥수수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유는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 내 옥수수 비축량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3월 미국 내 옥수수 비축량은 7억1500만 부셸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예상했던 추정치인 8억100만 부셸에 비교해 12%나 더 적은 양이고 1994년 이후 최저 수치다.

향후 옥수수 수확 전망도 좋지 않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노아 디펜바우 교수는 "앞으로 30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옥수수 수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더위에 강한 품종 개량에 실패할 경우 잦은 폭염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와 제프리스 바체의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량 대비 옥수수 비축량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콩과 옥수수의 대체재로 꼽히는 밀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이날 밀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2% 상승했다. 밀은 지난 5거래일 동안 3% 올랐다. 미국 내 밀 비축량은 3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어들며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밀 비축량이 줄어들면서 당분간 밀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스 바체의 션 맥캠브리지 수석 곡물분석가는 “향후 밀 공급이 더욱 빠듯해질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여건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전문가들, '올해 곡물가격 상승으로 애그플레이션 심화될 수도'

주요 곡물들의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전 세계 식품 물가는 이미 들썩이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FAO)가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최근 4개월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곡물류 가격지수의 상승폭은 전체 식량 지수보다 4% 더 높았다.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최근 3분기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상승이 심화될 경우, 전 세계 소매 물가를 동반 상승시키는 애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퍼듀대학의 코디 알렉산더 교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올해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세계적으로 대규모 수확이 있기 전까지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미국 내에서 소매 판매되는 쇠고기, 돼지고기, 쿠키, 체다 치즈, 설탕 가격도 이미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 정부는 이런 곡물가격 상승세를 감안해 올해 식품류 부문 물가 상승률을 3.5%로 정했다. 이는 최근 8년 내 3번째로 높은 목표치다.

인터내셔널푸드프로덕션(IFPC)의 스티브 니콜슨 곡물부문 책임자는 “옥수수를 비롯한 콩, 밀 등 주요 곡물들의 재배면적은 늘었지만,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실제로 공급되는 물량은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