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막된 2012 베이징모터쇼에서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이 '럭셔리카 대전(大戰)'을 벌이고 있다. GM·폴크스바겐·르노닛산(아브토바즈 포함) 등 작년 글로벌 '빅3'가 모두 '럭셔리'에 집중하고 있다. GM은 자사의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 르노닛산은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로 승부를 걸고 있고, 폴크스바겐은 그룹 산하 수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의 SUV(스포츠용 차) 콘셉트카(미래 시장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만든 양산 전 차량) 우루스(Urus)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 국산차 브랜드들도 최고급 브랜드와 중국 전용으로 크기를 더 키운 차를 내놓으며 '럭셔리 대전'에 가세하고 있다.

내달 2일까지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에는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1125대의 차량을 내놨다. 중국 토종업체와 콘셉트카까지 합치면, 세계 최초 공개만 120대에 달한다.

◇'글로벌 빅3' 럭셔리카 집중

GM과 폴크스바겐은 중국에서만 연간 200만대씩 파는 양대 메이저 업체이지만 작년부터 판매 증가율 둔화에 직면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1850만대로, 2010년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까지 매년 20~30%씩 성장하던 '급성장세'가 갑자기 꺾인 것. 글로벌 업체들의 공장 건설이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럭셔리카 시장은 전혀 딴판이다. 작년 럭셔리카는 무려 39% 성장했다.

23일 개막된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은 다양한 신차와 콘셉트카 등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형 아반떼(현지명 랑둥)를 최초 공개했다. 신형 아반떼는 오는 8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수퍼카업체 부가티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오픈카 ‘비테세’(오른쪽 사진)를 공개했다. 비테세는 대당 판매 가격이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GM이 내놓은 초대형 럭셔리 컨버터블 캐딜락 시엘(Ciel)은 크고 웅장한 느낌의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에 한껏 맞췄다. 23일 신차 발표행사에는 댄 애커슨 GM회장과 에드 웰번 등 GM디자인 총괄과 고위임원진이 총출동했다. 애커슨 회장은 "작년 중국 럭셔리카 시장이 39%나 성장했는데, 캐딜락은 같은 기간 73% 성장했다"며 "앞으로 럭셔리카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모터쇼 전날인 22일 밤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인 '워터큐브'에서 1000여명의 국내외 기자 및 관계자를 모아놓고 폴크스바겐 주요 8개 브랜드의 모터쇼 출품차 공개행사를 열었다. 수영장 위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소림사 무술, 다양한 춤과 음악 공연, 레이저쇼 등을 차량공개 행사와 조화시켜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폴크스바겐그룹 산하의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가 출품한 SUV 콘셉트카 우루스(Urus)는 '중국인을 보고' 만든 차다. 이탈리아에서 람보르기니 SUV를 살 사람은 많지 않지만, 중국인이 사줄 수 있다면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몸집을 키운 중국형 아반떼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신형 싼타페를 내놨다. 에쿠스 리무진과 제네시스 쿠페 등 럭셔리카와 스포츠카를 통해 이미지 고급화에도 나섰다. 기아차는 카니발 리무진을 중국에 처음 공개했다. 쌍용차는 체어맨W 2.8L 엔진 모델을 처음 선보이며 '외관이 크고 멋있다면 동력성능은 약간 낮아도 문제 될 게 없는 중국시장'을 겨냥했다.

◇'친환경·고용·협력' 키워드로 시장·기술독점 불만 누그러뜨려

23일 모터쇼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외국계 브랜드가 전시장을 압도했다. 특히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는 유럽모터쇼보다 더 화려하고 큰 규모로 전시장을 꾸몄다. 시장과 기술을 독점한다는 중국인들의 불만을 불식하기 위해 외국계 업체들은 중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차를 집중적으로 내놓고, 고용을 늘려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GM과 폴크스바겐은 행사를 시작하는 인물을 모두 중국인으로 내세웠고, 도요타는 중국에서 개발한 첨단 하이브리드카를 내세웠다. 폴크스바겐그룹 크리스티안 클링글러 판매마케팅 총괄은 "폴크스바겐이 중국에서 상업적으로만 성공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며 중국과의 파트너십, 중국 측 조인트벤처 파트너(상하이자동차·제일자동차)와의 협력 등을 강조했다.

국내 브랜드도 고민하고 있다. 소남영 기아차 중국 법인장은 "중국 측이 하반기에 예정된 중국3공장 착공을 서둘러 달라고 해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라며 "중국 측의 허가조건을 맞추기 위해 이 공장에서 전기차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