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인 우동 '마린시티' 해운대 아이파크 전경

“해운대. 겉보기는 근사하죠. 속을 들여다보면 말도 못해요. 대책없이 수천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허가해서 차 막히고 아이들 다닐 학교도 모자라요. 학교 부지를 집 지으라고 건설사에 줬다더라고요.” (부산 해운대구 한 주민)

“해원초등학교 현 부지 매입에만 308억원이 들었습니다. 학교 부지로는 사실 비쌉니다. 대우건설에게 (해당 부지) 건물 신축을 미루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는 상태입니다.” (부산시 교육청 관계자)

◆ 학교 부족한데도 부지축소, 성난 주민들

14일 찾아간 부산의 떠오르는 신흥부촌 '해운대' 우동 마린시티, 매머드급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해운대 아이파크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입주가 진행 중이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마천루와 어울리지 않게 아파트 공원에는 입주민 단체들이 내건 색색의 현수막이 펄럭인다. 현수막의 대부분은 "초등부지 환수하고 중등부지 확보하라"는 내용. 3월 개교한 인근 해원초등학교의 학교부지가 축소되고, 중학교 유치 계획이 취소된 것을 항의하는 문구들이다.

해운대교육청은 지난해 2월 해원초교의 학급 수를 30개에서 18개로 줄이고, 학교부지는 7920㎡(약 2400평)에서 3분의 2로 축소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도시계획 변경. 삼각형 모양의 학교부지를 축소했다.

문제는 3월 개교 이후 터졌다. 이곳의 5학년 한 학급당 평균인원은 36명. 서울 평균(27.8명)보다 10명가량 많다. 신시가지 아파트의 입주율이 5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 입주자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와 구청의 돈욕심 때문에 해원초등학교는 콩나물시루가 됐다”면서 “초등학생 수를 가구당 0.1명으로 추정했지만 이미 입주한 것만 봐도 0.2명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이 심해지자, 부산시 교육청과 해운대구청은 학생 수 재검토에 들어갔다. 문제는 학급을 늘리려고 해도 땅값이 만만찮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사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도 “나머지 부지를 매입하려면 138억원이 더 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업계는 대우건설이 이 부지에 대해 용도 변경을 신청한 만큼 이를 다시 되돌리는 것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 초 입주를 시작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와 해운대 아이파크 단지내 상가. 1층 상가에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들어섰다.

◆ 해운대 3월 아파트 거래량 2011년보다 90% 떨어져

3월 한 달 해운대 우동의 신시가지 아파트 거래량은 단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건의 9분의 1 수준이다. 마린시티 아이파크와 제니스는 34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이지만, 입주가 시작된 1~2월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공개 서버에서 거래건수가 각각 7건과 11건에 불과하다. 3월에는 거래가 단 한 건도 없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 초기 거래가 폭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수세 위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전세금도 급락세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187㎡의 전세금은 2억8000만원. 입주 직전인 지난해 10월 4억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1억2000만원가량 빠졌다. 이 면적의 평균 전세금이 3억4000만원 선인 것 비교해도 3개월 만에 6000만원가량 하락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번 달에도 거래량이 급감하면 해운대 신시가지 중개업소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부산의 강남’ 해운대는 건물 신축이 한창이다. 광고 현수막을 내건 ‘본보기주택’이 어림잡아 십여개가 넘는다. 공사 가림막을 친 곳에서 안전모에 장화를 신은 건설사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마린시티 인근 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글로리콘도에도 건설사 사람들이 대거 투숙하고 있다”면서 “혹시 개발계획 들은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옷소매를 잡아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