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이나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가입하는 저축성보험은 일반인들에게 고금리로 인식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발표한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살펴봐도 최근 2년4개월동안 평균 연 5.0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공시이율은 원금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매달 설계사수당 등의 명목으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떼고 남는 돈에 대한 이자율이다.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인데 적게는 3%에서 많게는 8%까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떼어간다. 결국 고객들이 기대하는 이자와는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이 5%이고 10년간 납입하면 비과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거나 심지어 공개하는 것 조차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은행 정기예금 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내걸지만 고객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업비를 떼어가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생보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2년4개월간 평균 5%‥손보 5.1%

10일 조선비즈가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명보험 13개사와 손해보험 9개사의 최근 2년4개월간의 저축성 보험(연금제외) 공시이율을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평균 공시이율은 5.0%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는 평균 5.1%였다.

생보사별로 보면 동양생명보험의 연 평균 공시이율이 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한생명보험, 신한생명, 우리아비바생명, ING생명, 흥국생명보험 등 5개사가 평균 5.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외국계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낮았다. PCA생명은 연 평균 4.6%로 가장 낮았고 푸르덴셜생명도 연 평균 4.7%의 공시이율을 적용했다. 알리안츠는 4.8%, 카디프생명은 4.9%였다. 국내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보험과 미래에셋생명이 평균 4.9%로 공시이율이 낮은 편이었다.

손보사 중에선 메리츠화재보험이 평균 5.2%로 가장 높았고 현대해상보험, 동부화재보험, LIG손해보험, 흥국화재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모두 평균 5.1% 수준이었다.

그린화재보험은 항상 타사보다 높은 고금리 정책을 추진하다가 최근 경영이 악화되자 5% 수준이었던 공시이율을 지난 11월 4.9%, 12월에는 3.6%, 최근 4개월간(1월~4월)에는 3.5%로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4개월 평균 공시이율은 5%를 기록했다.

일러스트=조경표

◆ 착시의 주범 '사업비'…매달 6~7% 떼어가

보험사들은 사업비 등을 얼마나 떼는지 공개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각 상품마다 떼는 수준도 각각 달라서 이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몇몇 보험사에 찾아가 60세 여성이 월 10만원씩 10년간 납입한다는 가정하에 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 가입설계서를 받아봤다. 보험사마다 사업비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양봉농협 OOO지점 직원은 NH농협손해보험의 ‘(무)채움다솜저축보험’ 상품을 추천했다. 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현재 5.1%다. 그러나 실제 매달 사업비 등 수수료 명목으로 7.8%(계약체결비용 2.5%, 계약관리비용 5.1%, 위험보험료 0.2%)를 떼어가도록 설계됐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5년이 돼야 환급률이 103.6%로 손해를 안보는 구조다.

복리(複利)이고 10년 납입시 비과세(15.4%의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실제 10년 후 받는 금액은 1442만5604원이었다. 이 금액은 현재 5.1%의 이율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 설계된 것이다.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최저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이율은 5년이내 3.5%, 5년 초과 2.75%다.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10년 후에 1291만2240원을 받을 수 있었다. 10년간 받은 이자가 원금의 7.6%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 OOO동 우체국에 찾아가 봤다. 우체국의 ‘(무)그린보너스저축보험’은 현재 공시이율 4.7%를 적용하고 있었다. 농협손해보험이 주는 금리보다 0.4%포인트 가량 낮았다. 하지만 수수료는 훨씬 적었다. 매달 수수료 명목으로 2.915%(계약체결비용 0.91%, 계약관리비용 1.92%, 위험보험료 0.085%)를 떼어가도록 설계됐다.

결국 농협에 비해 공시이율은 0.4%포인트 낮지만 수수료는 4.885%포인트 적어 10년 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483만8380원으로 농협보다 41만원 가량 더 많았다. 최저보증이율은 농협보다 낮은 2.5%였지만 10년 후에 받는 금액은 1324만6010원으로 약 33만원 가량 높았다.

다만 농협의 채움다솜저축보험은 500만원까지 사망보장을 해준다. 상해보장의 경우 농협은 장해지급률이 80% 되는 장해일 때 500만원을 보장하지만 우체국에서 추천한 상품은 50% 이상일때도 500만원까지 보장한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생보사 중 공시이율이 가장 높았던 동양생명도 ‘수호천사 뉴하이클래스 저축보험’의 경우 매달 7% 가까운 수수료를 뗀다. 흥국생명은 약 6%가량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중에서 가장 이율이 높았던 메리츠화재보험도 매달 6~7%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 고금리 둔갑에 저축성보험 이상급증 현상

보험사들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이율을 내걸고 저축성보험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손보사의 저축성보험 월별 판매규모는 기형적일 정도로 급증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4개사의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규모는 지난해 7월 365억원에서 올 1월에는 3491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이 10년간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고 복리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아무래도 팔기가 쉬운 저축성보험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공시이율을 높여서라도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보험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해 졌다”고 말했다.

금소연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가 높다고 대놓고 홍보만 하고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시를 하고 있지 않아 이를 제대로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