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이자는 성에 안 차고, 주식은 불안한데 어떻게 굴려야 하나요?"(회사원 이희성씨)

"펀드에 투자해 15% 정도 벌었는데, 이 정도면 펀드 깨야 할까요?"(주부 박재희씨)

"1억원이나 빠진 주택 급매물이 나왔다는데 당장 잡아야 할까요?"(회사원 황모씨)

요즘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주인공처럼 안개 자욱한 자산 시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위협했던 악재들이 잠잠해지면서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생겼지만, 유가 급등과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인플레 우려 등 불안 요인도 많아 갈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경제가 준비했다. 요즘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재테크 궁금증에 대한 여의도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25인의 모범 답안이다. 8개 증권사(대신·대우·동양·미래에셋·신한·우리·하나·한투)에서 자산 관리나 상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재테크 전문가들이다.

Q1. 여윳돈, 어디에서 굴려야 할까

50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을 1~3년 정도 굴리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의도 애정남들의 응답은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애정남 25명의 답안지에 공통적이었던 것은 주가연계증권(ELS·키워드)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원금은 보장되면서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ELS도 한 상품에 몰아 넣지 말고 연령이나 성향에 따라 여러 개로 쪼개 분산 투자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코스피지수에 베팅하는 지수형 ELS가 최선이지만, 20~40대라면 원금은 보장 안 해줘도 수익률이 높은 종목형 ELS에도 절반을 넣어 자산 증식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 위기와 같은 대형 악재가 터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윳돈의 50% 이내 분산 투자가 적당하다. 이 밖에 장기 적립식 펀드와 채권(물가채·국채·신흥시장·하이일드 등), 자산관리계좌(CMA) 등이 애정남들의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Q2. 펀드, 지금 깨야 할까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오르는 등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예전에 손해 본 펀드들의 원금이 회복되자 펀드를 해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모두 5조원 정도가 빠져나갔다. 남들은 다 펀드를 깬다는데 가만 있자니 괜히 불안하다. 애정남 21명이 '펀드 탈출'에 조건부로 찬성했다. 2~3년 투자해서 예금이자의 2~3배 수익률이 났다면 일단 파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펀드 수익률이 높아도 주가가 하락하면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목표 수익률이 찼다면 조금씩 나눠서 환매한 뒤 다시 적립식으로 투자하며 기회를 보라"고 권했다. 김주오 대우증권 PB팀장은 코스피가 2100을 찍으면 손실이 났어도 환매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대하는 사람은 4명이 있었다. 설재환 동양증권 부장은 "대중 트렌드를 따라가면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시중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단기 조정은 겪어도 급락하긴 어려우니 보유를 권한다"고 말했다.

Q3. 내 집 마련, 지금이 적기?

올 들어 서울 주택 시장 매매가는 0.8% 하락했다(부동산114). 주택 시장 침체로 급매물을 골라잡을 수 있는 지금이 내 집 마련 기회일까? 이 질문에 애정남 25명 중 18명이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돌아가라"며 "총선과 대선이 지난 내년 이후를 노려라"라고 조언했다. 주택이 더 이상 예전처럼 고수익 투자 대상이 아니라 주거·이용 개념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 집값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상설 미래에셋증권 지점장은 "정부에서 강력한 집값 부양책을 내놨을 때 매수 타이밍을 잡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권이재 하나대투증권 이사도 "인플레가 심화되고 있어 하반기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만 중소형 주택은 1인 가구 증가, 공급 부족 등으로 추가 하락 위험이 많지 않은 만큼, 대출을 30% 이상 끼지 않고 본인 자산으로 충당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유망 주식은 IT 업종 추천 많아

4월 이후 유망 주식으로는 삼성전자와 같은 전기전자(IT) 업종을 추천한 사람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김종원 한국투자증권 차장 등 9명은 금융 위기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업종이라며 은행주를 꼽았다. 이진욱 대신증권 대리 등 8명은 미국 경제가 불황에서 회복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며 자동차 업종을 밝게 봤다.

투자 자산 중 적정 현금 비중에 대한 질문에는 14명이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보험' 용도로 현금 비중을 20~50%까지 높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돈을 놀게 해선 안 된다"며 "현금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11명이나 돼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ELS(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y)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일정 수준(통상 원금의 50~60%)을 유지하면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일정 범위를 이탈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