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으로 인해 제 살을 깎아 먹는 기업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생겨났다. 이들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減資)를 실시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상장폐지에 이를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만성 적자로 인해 자본이 잠식됐다고 공시한 기업은 이달 들어서만 6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2곳은 자본이 전액 잠식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자본잠식이란 영업 부진으로 회사의 누적 적자가 커져 납입자본금이 줄어들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나타내기 시작한 상태를 말한다. 즉, 자산을 모두를 팔아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본전액잠식은 퇴출 사유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CCTV 카메라 및 지능형 교통시스템 전문 업체인 에이프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자본이 전액 잠식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16일부터 매매거래가 중단됐다. 거래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돼야 한다.

에이프로테크놀로지관계자는 “자본전액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투자자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에이프로테크놀로지는 실적 악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8일간 주가가 38.9% 이상 급락했었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아이스테이션은 지난해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자본이 전액 잠식됐다. 이에 따라 아이스테이션은 13일부터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거래가 중단됐다. 아이스테이션은 매매 중단 직전까지 3일간 30.6% 급락했다.

종합건설업체인 벽산건설은 지난해 자본잠식률이 89.5%에 육박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지도 모르는 처지다.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전문업체인 어울림정보도 자본잠식률이 74.5%에 달해 관리종목지정우려종목이란 불명예를 달았다.

이어 태양광 발전 및 소음진동 제어사업 관련업체인 유일엔시스와 소방차ㆍ소방제품 등을 제조하는 소방종합 전문기업인 이엔쓰리역시 지난해 각각 54.0%와 60.1%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주가가 급락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자본잠식 기업은 실적 악화와 관리종목지정, 상장폐지라는 당장 눈에 보이는 악재 이외에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추후 감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일엔시스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5월 66.7%의 비율로 감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71.8%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해 관리종목 우려가 대두됐던 피혁 업체 유니켐(011330)은 이미 33.3%의 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