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에 들어가는 무지방 우유와 카제인을 두고 1·2위 업체 사이에 '허위 광고' 논쟁이 붙었다. 1조1000억원 규모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맥심' 브랜드를 앞세운 동서식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남양유업은 무지방 우유를 넣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인기로 1년여 만에 점유율을 20% 가깝게 높이며 2위 업체로 부상했다.

남양유업은 15일 "동서식품이 허위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동서식품이 지난 2월 '맥심 화이트골드'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카제인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카제인을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남양유업은 "관계사 직원 제보와 동서식품 '품목제조보고서' 등을 통해 카제인 성분이 1.39% 정도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제인은 우유에 함유된 전체 단백질의 80%를 차지하는 성분으로 우유에 산(酸) 처리를 해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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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또 "동서식품이 제품성분에 의도적으로 카제인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식품위생법 표시기준에서 복합 원재료는 함량 높은 상위 5개 성분만 표기하면 되는 것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그동안 카제인의 안전성을 역설해 온 동서식품이 왜 카제인 사용을 숨겼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화이트골드에 카제인이 첨가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카제인을 대체해 무지방 우유만 넣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동서식품은 "카제인은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하나로 남양유업 커피믹스에도 카제인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법적 분쟁조차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동서식품 광고가 소비자 기만에 해당한다는 법무법인의 조언에 따라 관계 당국에 신고할 방침"이라고 했고, 동서식품 역시 "남양유업의 비방이 계속될 경우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커피믹스 업계의 갈등은 남양유업이 2010년 12월 시장에 뛰어들면서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몸에 좋은 무지방 우유를 썼다"고 광고한 것이 발단이다. 카제인나트륨을 쓰는 동서식품 제품을 겨냥한 이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남양유업 커피믹스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동서식품은 기존 제품에 쓰던 카제인나트륨을 카제인으로 교체했다. 또 '남양유업을 따라 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지난 2월 무지방 우유를 넣은 신제품까지 출시했다.

두 회사는 최근 커피믹스 가격을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무지방 우유(고형분 1㎏에 1만2780원)가 카제인(1㎏에 1만3600원)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남양유업이 가격을 비싸게 받는다"고 공격했다. 대형마트에서 카제인을 쓴 맥심 모카골드(20개)는 3300원, 무지방 우유를 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20개)는 3500원이다. 그러나 무지방 우유를 첨가한 동서식품 화이트골드(20개)는 3600원으로 오히려 남양유업 제품보다 더 비싸다. 동서식품은 "설탕 등 다른 원료가 고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제인과 카제인나트륨

카제인(casein)은 단백질의 한 종류로 우유에 함유된 전체 단백질의 약 80%를 차지한다. 우유에 산(酸)을 가하면 침전돼 쉽게 얻을 수 있다. 카제인을 수산화나트륨 등으로 처리해 물에 잘 녹게 만든 것이 카제인나트륨이다. 성분에는 별 차이가 없다. 카제인나트륨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일종의 유화제(乳化劑)로 커피 크리머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