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 발효됨에 따라 유통·식품·패션 기업들은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FTA가 미국의 수출입 제품에 대해 관세 철폐로 시장이 확대되는 이점이 존재하지만 국내·외에서 치열한 가격·품질 경쟁으로 발생하는 손실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백화점·마트 영향 미미…과일·와인 값싸질 듯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백화점과 마트 등은 당장 FTA 발효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은 미국 직수입 상품 비중이 작고 대형마트는 미국산 농축산물이 상당수 개방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오렌지·체리·포도 등 미국산 과일은 관세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수입 물량 확대가 예상된다. 체리는 현행 24%에서 무관세가 적용된다. 포도는 45%에서 24%, 오렌지는 50%에서 30%, 레몬은 30%에서 15%로 관세가 낮아진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업계는 이에 따라 수입 관세가 낮아지는 과일 품목 수입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의 관세가 철폐되는 와인은 이미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양인터내셔날·나라셀라·신동와인 등 국내 주요 와인 수입업체들은 15일부터 미국 와인 공급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미국 와인 전 제품 공급가격을 평균 10% 인하한다. 신동와인도 이날부터 '로버트 몬다비' 전 제품 공급가격을 10~14% 내린다. 나라셀라는 다음달 2일부터 일부 제품 공급가격을 내린다. 롯데주류 역시 미국 와인 공급가격을 평균 15% 내리기로 했다.

◆ 섬유 수출확대 기대…화장품은 내수 잠식 우려

섬유 산업은 한·미 FTA 발효 시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섬유 제품 중 87% 정도가 관세 철폐 효과를 얻게 됨에 따라 적지 않은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1억7038만 달러 어치가 수출된 '편물'과 1억3349만 달러 규모로 수출된 '폴리에스테르'는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섬유산업의 장미빛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관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조업체들이 원산지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는 '얀포워드(Yarn Forward) 규정' 때문이다. '얀포워드(Yarn Forward) 규정'은 FTA 체결국 간에 생산한 원사를 사용해 최종 완제품으로 수출할 때까지 모든 공정을 역내에서 수행한 물품에 대해서만 관세 철폐를 인정한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한미 FTA로 수입 화장품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 제품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 물량이 대폭 늘어나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지겠지만 가격은 기존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중저가 화장품이 수입되면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경쟁무기였던 시장을 개척한 중소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미국계 화장품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선다면 외국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류 식품도 수출 증가 예상…육류는 가격인하 체감 낮을 듯

라면·막걸리·고추장 등의 한류 식품 분야는 300만 명 이상의 교포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최근 한류 붐이 거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실제 전문가들은 김·배·라면 등을 비롯해 비스킷류·고추장·된장·막걸리·홍삼·간장 등을 미국 수출을 주도할 전략 품목으로 꼽고 있다. 특히 라면 등 면류(6.4%)와 고추장·된장 등 장류(6.4%), 김 등 조제식료품(6.4%) 등은 6% 이상의 높은 관세가 철폐돼 FTA 체결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축산물은 소비자가 가격 하락를 체감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고기 15년, 돼지고기 10년 등 매년 2%대의 관세를 균등하게 철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생삼겹살 가격도 10년간 매년 2.2%씩 관세가 인하된다. 생삼겹살은 냉동 삼겹살에 비해 수입액은 작다. 생삼겹살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되며 이 중 45%가 미국산이다.

이외에도 포도·체리·자몽·오렌지 등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과일류와 커피를 비롯해 주스와 밀가루 등 유기농 식품 등의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