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의 메인 홀.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한 관람객 800여명이 일제히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을 들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번 행사는 모든 관람객에게 태블릿PC를 나눠준 뒤, 무대 위의 연사가 질문하면 모든 방청객이 태블릿PC를 통해 답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는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800대가 넘는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 이를 원활히 처리할 무선통신망(網) 기술이 있느냐였다. 기존 무선랜(와이파이) 기술의 경우 AP(접속 장치) 1개당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이용자가 최대 30명에 불과했다.

7일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KT의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갤럭시탭10.1을 사용하고 있다.

KT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프리미엄 와이파이' 기술을 내놓았다. 지난 1일(현지시각) 스페인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이 기술은 '글로벌 모바일 최고 기술상'(광대역 이동통신 기술 부문)을 수상했다. 노키아 지멘스·화웨이 등 세계 최고의 통신기술 업체와 경쟁해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회 측은 "전세계 통신 업계를 덮치고 있는 데이터 폭증 현상을 막을 최고의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프리미엄 와이파이 기술은 하나의 AP에 2개의 주파수(2.4㎓와 5㎓)를 적용한 기술이다. 기존 무선랜은 2.4㎓ 주파수만 지원한다. 프리미엄 와이파이의 AP 1개를 이용하면 동시에 512명이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다. 속도도 기존 무선랜보다 6~7배 빠르다.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경우 기존 무선랜은 초당 10Mb(메가비트)인데, 이 기술은 68Mb다.

KT는 작년 1월 프리미엄 와이파이를 상용화했고, 현재 국내 대학·도심·지하철 등 전국 1만3000개 지역에 이 시설을 설치했다. 해외에는 특허 5건을 출원했다. 프리미엄 와이파이의 강점은 데이터 사용량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현재 아이폰 시리즈나 갤럭시S 시리즈와 같은 스마트폰은 5㎓ 주파수를 지원하지 않고, 노트북PC와 태블릿PC는 이 주파수를 지원한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노트북PC·태블릿PC가 빠른 5㎓에 접속하면, 스마트폰은 2.4㎓ 주파수를 이용해 서로 사용이 원활해진다.

해외에서도 프리미엄 와이파이에 대해 관심이 높다.

표현명 KT 사장은 "3년 전만 해도 해외 이동통신 사업자는 와이파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최근 데이터 폭증 문제에 직면하면서 KT의 프리미엄 와이파이에 관심은 물론이고 상까지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통신사들은 와이파이가 통신망 구축에 돈만 들 뿐, 소비자들에게 별도의 요금을 못 받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인식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하면서 이를 분산해 통신망의 안정성을 지키는 것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그 해법으로 프리미엄 와이파이가 나온 것이다.

KT는 작년 중국의 차이나모바일과 협력해 홍콩의 도심지에 프리미엄 와이파이 시설을 구축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앞으로 베이징(北京) 등 대륙의 주요 도심지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KT와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