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은 현재 500만원 즉시 출금 가능하십니다.’

쉬는 때도 없이 오는 대출권유 문자는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 것일까.

우리가 받는 대출문자 대부분은 대출중개업자들이 보낸 것이다.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 소액신용대출을 하는 곳은 대출중개인을 통해 대출수요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 등을 하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직접 대출수요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대출 문자(전화)에도 ‘급’이 있다. 100원~300원짜리 문자도 있고 3만원에 달하는 문자도 있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대출문자가 오는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1차 대출문자는 중국에서 시작된다. 중국 청도나 연길 등에서 영업하는 대출중개업자들은 해킹 등으로 인해 불법으로 유출된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DB)를 갖고 대출문자를 돌린다.

이런 개인정보는 분류되지 않은 DB이기 때문에 건당 약 50~100원의 싼 값에 거래된다. 물론 이러한 거래는 불법이다. 중국에서 전화 및 문자를 하는 까닭은 서버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대출문자를 보냈을 때 반응이 있었던 사람들의 DB는 2차 DB가 되어 가격이 건당 1만5000원~3만원까지 뛴다. ‘대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종규

2차 DB는 한국으로 넘어온다. 한국의 대출중개업자들은 2차 DB 혹은 금융기관에서 구매한 합법적인 DB에 대해 다시 대출권유 문자나 전화를 돌린다. 이른바 2차 콜이다. 2차 콜의 경우 대출 성사율이 약 30% 정도 된다고 한다.

현재 대출중개업자들이 받는 수수료는 대출금액의 약 6~10%다. 어떤 사람이 대출문자를 받고 실제로 500만원을 대출했을 경우 대출중개업자가 받는 금액이 30만원~50만원인 것이다.

대출중개업도 다단계 구조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상위 대부중개업자는 대출금액의 0.5~1% 수수료만 떼고 나머지 하부 대부중개업자에게 넘겨준다.

이같은 다단계 대출중개업 구조는 현재 대부업계를 달구는 논란 중 하나인 대부 중개수수료율 상한제와도 연관된다. 최근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 등은 대부중개수수료율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했다.

정부는 ‘높은 중개수수료 때문에 대출금리가 상승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이자율은 연 39%다. 이자율은 조달금리(10~12%)와 대출중개수수료, 인건비, 연체율 등으로 구성된다. 대출중개수수료를 낮추면 최고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 관계자는 “광고비(대출금액의 약 13%)보다 대출중개인(약 7%)이 저렴해서 이용하는데, 상한제를 두어버리면 대출중개인들은 불법사채업자와만 거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