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30평대 아니에요."

지난해 반도건설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선보인 '반도유보라2차' 모델하우스. 이 아파트 59㎡(18평·전용면적) C타입 내부를 둘러보던 소비자들은 '30평대가 아니라 24평'이라는 직원들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이 주택형은 100㎡ 이상 중대형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4.5베이 평면을 적용했다. 방 3개와 거실, 안방 욕실을 각각 앞쪽 발코니로 배치해 실내면적이 30㎡나 넓어졌다. 반도건설 신동철 상무는 "같은 돈을 내고 훨씬 넓은 면적을 쓸 수 있어 350여가구가 초기에 다 팔렸다"고 말했다. 당시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본부장급 임원을 모두 대동하고 직접 주택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며 관심을 보일 만큼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극심한 주택경기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평면(내부 구조)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평면 개발의 키워드는 '콤팩트(compact)'와 '맞춤형'이다.

이른바 '죽은 공간'(dead space)을 없애고 서비스 면적을 최대한 발굴해 20평대도 30평대처럼 쓸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 콤팩트 개념이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벽과 가구를 자유자재로 바꿔 기존 공간보다 20%쯤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린 1~2인용 원룸주택 평면을 내놨다. 움직이도록 설계된 가구를 통해 책장·화장대·옷장을 한군데로 몰고 침대가 책상으로 바뀌기도 하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퍼니처도 개발했다. 한화건설 김회원 주택영업본부장은 "1~2인 가구의 경우 주방 사용시간이 짧기 때문에 주방에 포켓 도어를 달아 필요할 때만 꺼내쓰도록 했다"며 "현관에도 작은 문을 설치해 프라이버시 보호와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내놓은 1~2인용 원룸주택 내부. 가구를 자유자재로 바꿔 기존 공간보다 20%쯤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렸다(왼쪽). 우미건설이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분양한 소형 오피스텔‘쁘띠린’. 천장을 높여 다락방 형태로 만든 수납공간이 있다(오른쪽 위). 현대산업개발은 대전에서 처음으로 도안신도시에 공급하는 아이파크 아파트 84㎡형. 5베이를 적용한 신평면을 적용했다.

우미건설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소형 오피스텔 '쁘띠린'을 분양하면서 수납 증대 다락형 평면을 도입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일반 오피스텔보다 40㎝쯤 천장을 높여 벽과 천장 사이에 생긴 공간에 수납장을 만든 것. 우미건설 이춘석 팀장은 "전용면적 23㎡ 오피스텔 기준으로 그동안 4㎡ 정도에 불과했던 수납공간을 50% 이상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대전에서 처음으로 도안신도시에 공급하는 아이파크 아파트 84㎡형에 5베이를 적용한 신평면을 적용해 호평받았다.

같은 크기의 주택이라도 소비자가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평면을 제시하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작년 하반기 준공한 부산 해운대아이파크는 전체 1631가구에 199개의 평면이 서로 다른 평면이 적용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내부 마감재를 여러 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 단지라도 똑같은 평면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분양할 '래미안 한강신도시2차' 아파트를 모두 중소형으로 구성했지만 평면은 10가지로 만들었다. 68·70㎡형에는 그동안 30평대에서나 볼 수 있던 안방 파우더룸과 샤워 공간을 넣었다. 84㎡형은 일반적인 3베이 스타일뿐만 아니라 안방을 넓힌 타입, 방 4개를 넣은 타입, 거실에 대형 수납장을 갖춘 등 6가지로 나눴다. 분양 대행사인 더감 이기성 대표는 "신규 주택 수요가 제한된 침체기에는 어느 기업이 값싸고 효율적인 평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평면을 개발하느냐가 분양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