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 게임을 하다가 쓰러졌다거나, 게임을 하지 말라는 부모와 말다툼을 벌인 아이가 실종됐다는 등 게임 중독과 관련된 해외 뉴스에서는 유독 소년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 중독 사례를 보면 남학생이 월등하게 많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초·중·고교생 1만5825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들 중 게임중독 증세(과몰입 및 과몰입 위험)를 보이는 학생이 전체 남학생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여학생의 중독(1.6%)보다 4.6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2005년 청소년위원회의 조사 결과 게임에 대한 몰입감은 남학생이 여학생의 1.8배였으며, 게임 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도는 남학생이 여학생의 1.3배에 달했다.
왜 남자가 여자보다 게임 중독에 더 잘 빠지는 것일까.
미국 스탠퍼드대 뇌과학연구센터의 엘런 라이스(Reiss) 소장은 2008년 미국에서 발행되는 정신의학 분야 학술지인 '정신병학 연구저널'에 그 이유를 남녀 뇌의 차이에서 찾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9~23세 대학생 남녀 각각 11명씩을 대상으로 화면 속의 공을 클릭해 사라지게 하는 게임을 시켰다. 공이 나오는 벽이 화면의 가운데에 세로로 길게 서 있는데, 벽의 왼쪽에서 나온 공이 화면의 왼쪽 끝으로 이동해 사라지기 전까지 클릭을 해 공을 없애는 게임이다.
연구진은 1회당 24초씩 총 40회의 게임을 시키면서 그때 뇌의 활동 상황을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로 촬영했다. 뇌 영상 분석 결과, 남성에서 특히 보상과 중독에 관여하는 '중뇌피질변연계'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나 알코올, 마약 중독은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일어나는데, 도파민이 주로 작용하는 곳이 바로 이 영역이다.
또한 뇌에서 해당 영역이 강하게 작동한 남성일수록 게임에서 획득한 여유 면적도 많았다. 즉 남성은 게임에서 이길 때 면적을 획득한다는 보상을 얻으면서 중독 관련 중추가 활발히 활동한 것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게임 중독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학협회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90%가 게임을 하며, 500만명에 이르는 15%는 중독 상태이다. 그런데 게임을 하는 남학생 중 31%가 중독인 데 비해, 여학생의 중독 비율은 1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