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판매되는 자동차에는 실제 운전할 때와 비슷한 연비가 표시되는 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요?"

서울에서 수원까지 차로 출·퇴근하는 박모(34·서울 방이동)씨는 최근 차를 사려고 자동차영업소 직원과 상담을 하다가 신차 연비가 예전과 마찬가지 기준에 따라 표시돼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리둥절했다. 정부가 올해 1월1일부터 실제 주행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제도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소 직원이 "내년은 돼야 대부분 차들이 새 연비를 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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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 들어 출시된 12종의 국산·수입차 중 새 기준에 따라 연비를 표시한 차는 단 2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i40 살룬'과 르노삼성차 'SM5 에코 임프레션',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등 국산차 3종을 포함해 도요타 '캠리(가솔린·하이브리드)', 미니 '쿠퍼 디젤',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 등 수입차 7종이 과거 기준을 따랐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우선 종전보다 연비가 낮게 나올 것을 우려한 업체들이 작년 말 서둘러 신차등록을 마친 게 첫 번째 이유다. 작년에 연비 신고를 마친 차는 올 3월 말까지 판매를 시작하면 되는 규정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적용키로 한 새 연비제도는 급가속이나 에어컨을 틀었을 때 등 여러 조건을 반영하기 때문에 종전보다 연비가 평균 20% 낮게 나온다.

또 다른 이유는 '2012년형 아반떼'처럼 엔진이 바뀌지 않은 채 새로 출고되는 차들은 내년부터 새 연비를 적용받도록 1년 유예가 허용됐기 때문. 연비제도를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는 "현대차만 해도 차종이 150여 가지가 넘는다"며 "새 연비 측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3월 이후에 나올 일부 신차들은 새 연비를, 나머지 차들은 예전 연비를 표시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올해는 새 연비와 기존 연비가 혼용돼 소비자들의 혼란이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확실히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제도에 따르면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이들을 각각 55%와 45% 비중으로 합산한 연비 등 세 가지 정보가 모두 라벨에 표시된다. 제대로 정착된다면 소비자로선 합리적인 선택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새 연비를 적용받은 크라이슬러 300C 디젤의 경우, 도심 연비는 11.4㎞/L, 고속도로 연비는 18.6㎞/L이고, 둘을 합친 복합 연비는 13.6㎞/L다. 소비자들이 각자 운행 특성에 맞게 해당 연비가 높은 차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연비 1등급 기준도 종전 리터당 15㎞에서 16㎞로 높아져 1등급을 받는 비중이 30%에서 7% 수준으로 확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