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 수백 명의 합창 소리가 쇼핑몰 안에 울렸다. 1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가수 '울랄라세션'의 간이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니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 쇼핑을 즐기며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노랫소리가 묻혔다. 야외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특히 많았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주부 이진숙(54)씨는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바로 이 쇼핑몰"이라며 "꼭 쇼핑할 게 없더라도 호기심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의 내부 모습. 평일에는 최대 4만명, 주말에는 8만명의 손님이 몰리면서 대형 유통시설이 부족했던 이 일대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내 화제의 장소로 거론되면서 주변 상권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포공항 주변 상권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초대형 복합쇼핑몰 롯데몰 김포공항점 때문이다. 지상 9층, 지하 5층에 연면적 31만4000㎡(9만5000평) 규모의 이 쇼핑몰엔 평일 3만5000~4만명, 주말엔 8만여명이 몰리고 있다. 김포공항 주변은 서울 서쪽 끝에 있는 데다가 동쪽으로는 개발 진행 중인 366만㎡의 마곡지구가 허허벌판처럼 놓여 있어 상대적으로 대형 유통시설이 적었다. 게다가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 있는 영등포 일대나 '박스형 상권'을 구성하는 목동 지역에 편입되기도 어려운 상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마트·쇼핑몰·영화관·문화시설 등을 갖춘 롯데몰 김포공항점이 주변 상권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롯데몰 김포공항점이 문을 열면서 먼저 기존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3㎞쯤 떨어진 NC백화점 강서점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이상호(40)씨는 "작년 가을만 해도 NC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로 주변 교통이 매우 혼잡했는데, 롯데몰이 생긴 뒤로는 백화점 안이 썰렁할 정도로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NC백화점은 12월 이후 매출이 30~40% 정도는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김포공항점 역시 지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다가 롯데몰이 들어서면서 초반에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 매장을 낼 때 1차 상권을 반경 5㎞, 2차 상권을 반경 10㎞ 범위로 잡는다. 그러나 최근 김포공항 주변은 20㎞ 밖 광역상권의 소비자들까지 유인하고 있다. 롯데몰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 임형욱 팀장은 "강서·양천 등 1차 상권 고객 비율이 55% 정도에 불과하다"며 "개점 초기라 호기심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고양시 일산, 인천·부평, 서울 강남에서까지 고객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몰 '쏠림 현상'은 공항동·방화동·화곡동 등 인근 중소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몰과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공항시장역 부근에서 10년째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장명호(53)씨는 "불경기라 작년 매출이 예년보다 30%는 줄었는데 롯데몰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10%는 더 준 것 같다"며 "요즘은 임대료 맞추기도 빠듯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방화동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김모(69)씨는 지난 설에 손님이 줄어 장사를 망쳤다고 했다. 그는 "동네 주민이 전부 새로 생긴 쇼핑몰로 몰려가니 지난 설에 들여놓은 과일 10박스 중 3박스도 못 팔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 정대홍 과장은 "상권이 척박했던 김포공항 부근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서면서 영등포나 서울 시내로 빠져나가던 소비자들을 끌어들 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며 "주변 뉴타운이나 마곡지구 개발에도 큰 호재가 되기 때문에 김포나 광명 일대의 인구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