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을 낸 덕분에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증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업체들은 오히려 기업 홍보를 꺼리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연관있는 부품업체 탐방을 갔다 오면 보고서 쓰기가 매우 조심스럽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특정 제품에 부품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를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접하는 관련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은 더 조심스럽습니다.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A사의 홍보 담당자는 "세세한 납품 정보는 물론 수익성이 좋아지고 실적이 개선됐다는 사실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극구 입 조심을 했습니다.

삼성전자 납품업체들이 알아서 몸조심하는 이유는 애플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이 점점 격화되면서, 향후 출시 예정인 신제품에 대한 정보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IT 시장은 신제품 출시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애플의 아이패드3(가칭)와 아이폰5(가칭)가 올해 선보일 예정이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3도 올해 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납품업체를 통해 신제품 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영업비밀 유지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기업 임원은 "삼성전자가 납품업체들을 불러서 직접 영업비밀을 지켜 달라고 요구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엄격한 처우에 대해 관련업체들의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업체들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잘 되어야 본인들 역시 잘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실적이 좋아진 것은 물론 회사 자체의 경쟁력도 향상됐다"며 "결국 같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