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아이보다 강아지가 더 기분이 좋은 듯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개의 눈에는 색을 구분하는 세포가 사람보다 훨씬 적어 세상이 늘 흑백의 칙칙한 색으로 보인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강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두툼한 양말에 털신까지 신어도 발이 시린데 맨발의 강아지는 눈밭에서 얼마나 추울까. 그렇다고 강아지의 발에 신발을 신길 필요는 없다. 개의 발바닥에는 한겨울 추위도 물리치는 특수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야마자키 가쿠엔대의 니노미야 히로요시(Hiroyoshi) 박사는 개의 발바닥에 있는 미세 혈관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사람과 달리 개 발바닥에는 동맥과 정맥들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히로요시 박사는 '수의 피부의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개의 혈관들은 발바닥을 얼지 않게 하는 '역류 열교환(countercurrent heat exchange)'을 한다"고 밝혔다.

열교환의 원리는 동맥의 더운 피가 바로 옆에 있는 정맥의 식은 피를 데워주는 구조다. 심장에서 오는 동맥에는 더운 피가 가득하다. 이 피는 몸 구석구석으로 가서 산소를 전달하고,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추운 겨울에 개의 발바닥 구석구석에 있는 정맥은 공기나 땅과 가까이 있어 온도가 내려간다. 이때 정맥 바로 옆에 있는 동맥에서 열을 전달해 정맥에 흐르는 피를 데우는 것이다. 덕분에 개는 한겨울에 맨발로 있어도 발이 얼지 않는다. 역류(逆流)란 말은 동맥과 정맥에 피가 흐르는 방향이 서로 반대여서 붙은 말이다.

동물에서 역류 열교환 혈관구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극여우의 발바닥이나 남극 펭귄의 부리, 돌고래의 지느러미에도 같은 구조가 있다. 북극여우는 섭씨 영하 35도에도 발바닥이 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영국 왕립 수의대의 사라 윌리엄스(Williams) 박사는 "지금까지 사람이 사육하는 동물은 야생동물처럼 추위에 견디는 특수한 구조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발견은 개의 조상이 몹시 추운 기후에서 살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