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300개에 이르는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조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317개 구역에 대해 연내 구역 해제를 추진한 것은 사실상 'MB식 뉴타운 사업 폐기'를 공언한 것이다. 그러나 구역 해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곳도 많아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에 따르면 시는 전체 1300개 뉴타운·정비사업구역 중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610개 구역을 수습대상으로 선정하고, 이중 조합·추진위원회가 없는 317개 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 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610개 구역 중 조합·추진위원회가 설립된 293개 구역에 대해서도 토지 등 소유자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조합·추진위 요청 시 해제가 가능토록 했다.

조합·추진위가 구성된 구역이 이를 해제하면 그동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용했던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만약 이 문제를 놓고 시와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조합·추진위가 구성된 293개 구역에 대한 '뉴타운 구역 해제'는 진행되기가 사실상 어렵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진위원회 승인 취소 시, 추진위가 사용한 법정비용 중 일부를 공공이 보조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만 조합 취소 건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용 보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중앙정부의 비용 분담 없이는 이미 조합까지 설립돼 사업이 추진되던 곳을 해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법적으로 공공보조가 가능한 추진위 해제 시 드는 매몰 비용보다 법적 공공보조가 불가능한 조합 해제 시 매몰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서울 구청장협의회 뉴타운 태스크포스(TF) 조사에 따르면 추진위 해제 시 드는 매몰 비용은 1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조합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수준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아 정부 보조 없이는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 구역 해제 작업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도 일부 책임이 있기 때문에 비용 분담 의지가 있지만 모두 부담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며 "국회에서 새로운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만 답했다.

또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의 구역 중 조합·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구역에 대해 주민의 30%가 동의하면 구역을 해제한다는 구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타운 구역 지정을 통해 그동안 사업 추진에 힘을 쏟던 이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데다 주민의견이 50대 50으로 첨예하게 갈리는 곳도 많은데 해제 쪽으로만 힘을 실어 줬다는 비판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추진위에서 재개발조합이 설립되려면 75%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30% 정도가 반대한다면 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비율이 30%가 넘더라도 찬성하는 주민 비율이 50%가 넘는 곳을 해제하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이번 뉴타운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결정으로 서울 곳곳의 뉴타운 사업장은 일대 혼란이 예상되고 사업 추진을 포기하는 곳도 상당 부분 있을 전망"이라며 "다만 이미 조합이 설립돼 비용까지 상당액수 지출된 사업장이나 주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업장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구역 해제도 쉽지 않고 사업 추진도 어려워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